[기자수첩] 도넘은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기자수첩] 도넘은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

권화순 기자
2012.07.11 07:01

여윳돈이 생겨 펀드에 투자하려고 은행에 들렀다. 급여이체계좌를 갖고 있다보니 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 등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주로 이 은행을 이용한다.

성장형펀드에 가입하려고 원하는 펀드이름을 댔는데, 은행원이 의외의 대답을 했다. 해당 펀드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 이 펀드는 설정액 1조원이 넘는 대형펀드인데도 대표 시중은행이 팔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펀드는 물론 이 은행 계열운용사 상품이 아니다.

은행원은 최근 수익률이 좋은 펀드라며 계열 운용사 펀드를 소개했다.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올해 출시 이후 설정액이 급격히 불었다. 이미 같은 운용사의 비슷한 스타일펀드를 갖고 있어 관심 없다고 말하자 은행원은 "수익률이 좋으니 펀드를 갈아타시는 게 어떤가요. 다른 분들도 그렇게 많이 하고 계세요"라고 설득했다.

'펀드 갈아타기'를 권한 것. 기존 펀드 수익률이 나쁜지 않다면, 판매사 직원이 펀드 갈아타기를 권하는 이유는 신규로 펀드를 팔 때마다 챙기는 판매수수료 때문이다.

더구나 계열사 펀드 중 가장 밀어주는 펀드다보니 은행원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펀드 한 번 가입하러 갔다가 계열사 밀어주기, 펀드 갈아타기 권유 등 불완전판매 '종합선물세트'를 받고보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펀드판매사들의 계열 운용사 펀드 밀어주기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판매사 상위 10개 회사의 계열사 판매 비중은 50%에 육박하며, 일부 판매사의 경우는 9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대비로도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이 최근 칼을 뺐다. 계열사 펀드를 판매할 때마다 직원에게 주던 각종 인센티브를 금지했고, 펀드를 추천할 때는 반드시 동일 유형 상품 2가지 이상을 제시해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실효성이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다. 분명한 것은 펀드업계가 계열사끼리 밀고 끌어주는 동안 펀드투자자들의 발걸음은 다른 곳을 향한다는 사실이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2조원 넘게 이탈했다. 지금 투자자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쌓지 않는다면 '펀드 보릿고개'는 더 길어질 공산이 크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