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드라기의 허풍이 남긴 것

[기자수첩]드라기의 허풍이 남긴 것

최경민 기자
2012.08.06 07:01

"어떤 종목을 사는 게 좋겠냐고요? 주식을 안사는 게 최선입니다. 유럽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예측할 수 없어요."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내 증시가 연저점까지 떨어진 지난달 25일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이 한 말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냉소가 가득했다.

증시 안팎엔 불신도 팽배했다. 이런 분위기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나를 믿어라"는 '립서비스'에 극적으로 반전되는 듯했다. 연저점을 찍었던 코스피지수는 단숨에 1900선에 육박했다. 몇몇 '비전통적인' 정책만 내놓는다면 1900선 돌파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그 투자전략팀장의 분석이 결국 옳았음이 증명됐다. 지난 2일 열린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드라기의 호언장담이 '허풍'으로 드러난 때문이다.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한 그의 '큰 소리'에 급등한 증시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기대감에 의존하는 장세는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는 정부의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 1년 정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적잖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의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결국 정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다.

립서비스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큰 편이다. 일각에서는 마치 '양치기소년' 신세로 전락한 드라기 총재의 영향력이 아직 건재하다고 보고 있다. 이달 말 잭슨홀에서 연설하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양적완화를 언급할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드라기의 허풍'은 냉철한 분석 없이 당국자의 입만 지켜보는 것으론 분명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유로존의 '큰손'인 독일이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드라기의 말만 믿고 장밋빛 정책 전망을 내놓은 것 역시 투자자들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믿을 사람이 없습니다. 자기 자신만 믿어야지요." 드라기의 발언이 반짝 효과가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한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그는 지구 반대편에서 나온 근거없는 발언에 휘둘리기보다 자신이 가진 정보와 판단력을 신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스크가 따르는 주식투자에선 결국 자신이 의사결정의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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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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