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상장된 기업들을 보세요. 벤처라고 할 만한 곳이 있습니까. 코스닥시장은 이미 벤처업계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의 줄임말)이 됐습니다."
최근 벤처기업협회 관계자가 코스닥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그에게는 모처럼 찾아온 '제2의 벤처 붐'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염려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벤처업계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뒤 10년 만의 벤처 열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고무돼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체 벤처기업 수는 2만6576곳으로 2007년(1만4015곳)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벤처투자도 증가세가 확연하다. 국내 벤처 신규투자액은 2010년 10년 만에 1조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1조2608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상반기에도 5386억원의 신규투자가 진행됐다. 이는 2008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로 닷컴 열풍이 정점을 찍은 2000년 2조2000억원을 제외하면 근래 최대 규모다.
그러나 초기 벤처기업들은 이런 외형성장의 수혜에서 소외된 채 신음하고 있다. 과거 벤처 버블 붕괴의 트라우마(후유증)로 스타트업 단계의 벤처 투자는 여전히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업력 3년 이하의 초기 단계 벤처에 투자한 비율은 29.5%에 불과한 반면 설립 5년이 지난 벤처에 투자하는 비율은 70.4%로 쏠림현상이 심각했다.
문제는 벤처기업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할 코스닥이 정체성을 상실한 지 오래라는 점이다. 코스닥이 진입퇴출 및 공시 강화 등으로 중견·중소기업 위주의 시장으로 변질된 탓에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기능은 급속도로 퇴화됐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잠재력이 뛰어난 초기 벤처기업이 우량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제때 자금수혈을 받아 혈맥을 뛰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한국거래소와 함께 벤처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의 연내 개설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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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에서는 코넥스에 우려 반 기대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 등 증시 선진국에서 코넥스와 유사한 중간 단계의 투자 회수시장을 뒀지만 성과가 녹록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모처럼 피어난 벤처 불씨를 키워나갈 방안 찾기에 보다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