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시아 뛰는데 한국은 뒷걸음

[기고] 아시아 뛰는데 한국은 뒷걸음

최중성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본부장보
2012.09.03 06:22

"한국 주가지수선물의 성공비결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한국 주가지수선물의 거래체결, 청산결제, 위험관리, 시장감시, IT시스템 등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습니다."

이는 중국 최초 주가지수선물시장 개설을 준비하던 중국 금융당국 및 거래소가 2010년 이전까지 한국거래소를 줄기차게 방문하면서 한 질문이었다.

한때 아시아 최고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산 한국 주가지수선물·옵션시장이 '성장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시아 경쟁국에 밀려날 위기를 맞고 있다.

아시아 파생상품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중국은 우리나라가 1996년 선물시장 개설 이후 15년 동안 이룩한 성과를 단 3년 만에 추월하는 폭발적인, 압축성장력을 보여줬고 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수옵션시장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은 화려했던 옛 명성을 되찾고자 도쿄와 오사카의 증권·파생상품시장 통합을 진행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는 정부 주도의 과감한 금융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해외 기관투자가 유치 노력을 통해 아시아 금융센터로서 입지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한국 파생상품시장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크하는 대만도 파생상품 거래세율 인하 및 자본이득세 도입 논의 등을 통해 싱가포르에 빼앗긴 자국 주가지수선물의 유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자국 금융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다른 아시아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증권거래와의 조세형평을 위해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면 거래비용이 크게 증가해 파생상품시장의 급격한 유동성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또 현·선물 프로그램 매매 위축으로 기관투자가가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돼 내·외부의 금융시장 충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파생상품시장의 위축은 파생상품과 연계된 주식, ELS(주가연계증권), ETF(상장지수펀드) 등 주가연계상품, 장외상품 등 한국 자본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나아가 극심한 불황을 겪는 증권업계의 고사를 초래해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킬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파생상품 거래세 과세로 인해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해외 기관투자가의 신뢰가 저하될 경우 그동안 파생상품시장의 눈부신 성장을 바탕으로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비전은 점점 더 달성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늦여름 한반도를 강타하는 태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는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초대형 태풍의 눈으로 부각되고 있다.

화려했던 과거 명성만 기억하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꾸준히 성장·발전해 아시아 파생상품시장의 롤모델이 될 것인지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파생상품 거래세 과세와 관련해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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