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효과가 사라진다]"과거완 달라, 당장 직접 타격은 없지만..."
엔화가 7년래 최장기 하락일수를 기록하는 등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이 원-엔 환율변동을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구조변화와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로 엔 약세의 직접적 효과는 약화됐다는 분위기이지만 업종별로 체감 긴장도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 주요시장에서 일본차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엔화민감도가 높은현대차(495,000원 ▲5,000 +1.02%)그룹의 경우 엔저를 기반으로 한 일본업체들의 가격공세를 경계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엔고를 피해 주력모델을 해외에서 현지 생산하고 있고 일본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물량이 줄어 가격경쟁 자체가 과거보다는 제한적이다.
일본업체와 가장 치열한 격전을 치르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현대차는 올 1~9월 동안 전년대비 9.5% 늘어난 54만대를 팔았다. 가격 인센티브를 최소화하고 제값 받기를 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엔화 뿐만 아니라 달러 등 다른 통화에 대해서 원화강세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시장 평균환율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 비중이 75%~8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의 매출이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과거처럼 환율변동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 해외생산 공장 비중이 높아 환리크스 노출이 적고 내년도 수출로 들어올 외화에 대한 헤지도 이미 했다.
중국 수출물량에 대해 위안화로 결제통화를 교체하는 등 외환포트폴리오도 다변화했고 원가절감도 지속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업체들 역시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의 엔화에 비해 원화 환율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긴장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전자분야 수출 경합도는 전자부품의 경우 2000년 0.205에서 2010년 0.621로, 가전제품은 0.403에서 0.497로, 휴대폰은 0.448에서 0.458로 상승했다. 한국제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늘면서 일본과의 경쟁구도가 선명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자업계에 역시 예전에 비해 ‘원고엔저’ 현상의 영향은 크게 감소했다는 반응이다. TV, 휴대폰 등 일본에 비해 경쟁우위를 차지한 제품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V의 경우 일본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한 탓에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이 당장 영향 받았지만 지금은삼성전자(179,700원 ▼400 -0.22%)와LG전자(112,000원 ▼1,000 -0.88%)가 1,2위를 다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로 휴대폰 업체들은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보다는 일본에서 들여오는 부품 가격을 줄일 수 있어 반기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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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도 엔저가 일본 조선업계의 수주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국내 조선회사에 위협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한국 조선소는 고부가의 대형 상선과 해양플랜트 등에 집중하는 반면 일본 조선소들은 중소형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보다는 중국과 경쟁하는 구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조선소들이 수주행진을 이어갈 때 타격을 받은 곳은 일본이었다. 게다가 일본은 자국 해운사로부터 수주하는 물량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이미 상실했다.
정유와 석유화학 분야도 엔화약세에 따른 영향이 미미하다. 일단 일본과는 거래가 거의 없다. 국내 생산 석유 제품은 동남아로 주로 수출되고, 석유화학 제품은 중국으로 주로 수출된다.
석유화학 시장은 품목이 워낙 다양해서 경합하는 분야가 거의 없고 설령 있다고 해도 국내 업체 중 아주 일부만 해당되는 제품을 생산한다.
화학의 경우 양면성이 있다.LG화학(313,000원 ▼1,000 -0.32%)의 경우 전지·정보전자소재 분야의 부품을 일본으로부터 구매하는 게 파는 것보다 더 많으므로 엔저현상은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
반면 엔저현상이 일본 전지·정보전자소재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시켜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정일 수 있다.
단기적인 환율변동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엔화 약세현상이 지속되면 일본 업체들의 업계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