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ELS, CMA등 '금리+알파' 상품에 뭉칫돈…가계 금융자산 지형도 바뀔수도
#최근 산업금융채권(이하 산금채)을 판매하고 있는 대우증권 강남지점은 거액자산가들의 연이은 방문에 깜짝 놀랐다. 한 자산가가 산금채에 8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또 다른 고객이 무려 200억원을 한꺼번에 투자했다. 이 산금채는 만기 1년짜리로 2.91%의 수익률에 0.7%포인트 금리를 더 주는 특별판매 상품이다.

대우증권 고위관계자는 "여러 특판을 해봤지만 이렇게 거액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자산가들을 보기는 처음"이라며 "주로 은행과 거래하는 예금고객들이었는데 금리가 떨어지자 대안투자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씨는 최근 주거래 통장을 은행 보통예금에서 증권사의 종금형(원금보장형)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바꿨다. 보통예금의 경우 금리가 0.1%대에 불과하지만 종금형 CMA는 3%대에 달해 짭짤한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어서다.
김씨는 "수시로 사용하는 통장이라 그동안 신경을 안 썼는데 실속도 챙기자는 생각에 갈아탔다"며 "예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는데다 거래도 편해 이용하는데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은행권 예금 이자가 2%대에 근접하자 예금자들이 국내외 채권, ELS(주가연계증권), 종금형 CMA 등 '금리+알파'를 추구하는상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왠만해선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거액자산가들까지 예금을 깨고 '금리+알파' 상품으로 갈아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른바 초저금리발 예금이탈 현상이다.
아직은 일부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경우 예금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며 미국처럼 가계 금융자산의 지형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푼이라도 더…" 금리+알파를 찾아라=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이 지난달 29일부터 2500억원 한도로 판매한 산금채 특판에 불과 7일 만에 1300억원 이 몰렸다. 1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지만 투자자 대부분이 억 단위로 자산을 운용하는 거액자산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국채와 다를 바 없는 안정성에 예금보다 높은 수익성과 환금성이 크게 어필한 것 같다"며 "투자자 상당수는 예금 대용상품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자들의 PICK!
메리츠종금증권이 9월 출시한 'THE CMA plus'도 3000억원 한도에 1800억원 가량이 판매되는 등 예금 대용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의 금리는 연 최대 3.75%로 다른 증권사들의 CMA보다 1.5%포인트 가량 높고,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도 받을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종금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어 고수익 예금자보호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인기가 주춤했던 ELS에도 뭉칫돈이 다시 몰리고 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ELS발행액은 3조2848억원으로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저금리에 증시도 조정양상을 보이자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며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부분 보장형 상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형펀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12조5728억원(공모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2조5452억원이 늘었다. 최근에는 저금리로 고민하는 예금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금리+알파'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은 이날 '글로벌 분산투자 채권펀드 등 해외 채권형펀드 5개를 한꺼번에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형펀드의 연간 평균수익률은 국내가 5%, 해외는 11% 이상으로 시중금리는 물론 주식형펀드보다 우수하다"며 "안정적이면서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엔 펀드 가입을 문의하는 예금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가 가계 금융자산 지형도 바꾼다= 초저금리에 시중은행의 예금 증가세는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시중은행의 총예금은 979조5420억원으로 전월대비 4조원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저축상품인 정기예금 잔액은 587조911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3조1020억원 감소했다. 월별 기준으로 정기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발 예금이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위기 등 글로벌 경기둔화로 당분간 금리상승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금융위기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됐는데 저금리 기조 확산으로 이젠 안전자산 메리트도 약화되고 있다"며 "위험과 안전이라는 양극단을 회피하기 위한 '금리+알파' 상품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도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 이후 저금리, 저성장, 저수익 등 '3저' 현상이 고착되면서 개인들은 예금보다 해외채권 및 통화 등으로 눈을 돌렸다"며 "중장기적으로 은행권의 자금이탈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송홍선 실장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의 투자 비중이 자산운용의 수익성을 판가름한다"며 "국내외 경제상황과 금리정책 등을 고려할 때 미국처럼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고 밝혔다.
현재 국내 가계 금융자산에서 예금 및 현금이 45%를 차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14%로 금융투자상품(52%)은 물론 보험 및 연금(30%)보다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