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대통령의 첫단추는 자본시장 활성화”

“中企 대통령의 첫단추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리=송정렬 기자, 심재현, 사진=구혜정
2013.01.03 06:10

[희망2013]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과 박경서 고려대 교수 대담

기관투자자 비중 13% 불과, 핫머니 등 변동성에 취약

자금수요-공급 한꺼번에 줄면서 자본시장 위기 발생

자본시장 생태계 잘 조성되면 창업 일자리 양극화 해소

신성장동력 자금공급 위해서 헤지펀드 규제완화 필요

한국경제가 저성장·저금리시대에 진입했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멘텀 확보가 국가경제의 핵심 화두로 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청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국가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돌리려면 중소기업 활성화가 필수다. 기업에 자본이라는 혈액을 공급하는 자본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장과 박경서 고려대 교수가 새해 벽두 위기에 빠진 자본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사회=정희경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겸 부국장)

―저성장시대가 예고됐다. 올해 한국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박종수 금융투자협회회장.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헝가리 대우은행장, 대우선물 대표를 거쳐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대우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지냈다. 지난해 2월 금융투자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사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에 선출됐다./사진=구혜정 기자.
ⓒ박종수 금융투자협회회장.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헝가리 대우은행장, 대우선물 대표를 거쳐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대우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지냈다. 지난해 2월 금융투자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사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에 선출됐다./사진=구혜정 기자.

▶박종수 회장(이하 박 회장)=금융투자업계 입장에선 지난해가 워낙 어려웠다. 증권은 거래량이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졌고 선물 역시 시장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규제로 거래량이 급감했다. 올해 국내경기와 기업실적 예상이 긍정적이지 않아 증시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저성장, 저금리, 저환율의 3저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경기회복 모멘텀이 필요하다.

▶박경서 교수(이하 박 교수)=경제성장률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가계소비, 기업투자, 정부지출, 대외부문이다. 가계부채로 소비여력은 제한되고, 불황으로 기업투자도 안되고 있다. 대외부문은 그나마 지난해보다는 나을 듯하지만 정부가 돈을 풀 의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현재 세계 각국이 통화전쟁 중이다. 원론적으로는 우리도 돈을 풀어야 한다.

―국내 자본시장이 구조적으로 대외변수에 너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회장=자본시장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변동성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사태 등 과거 위기 시기에도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취약성을 노출했다.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 자본시장 개방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증시의 버팀목이 될 기관투자가 비중이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기관투자가 비중이 미국은 48%, 일본은 31%에 달하는 반면 우리는 13%에 불과하다.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박 교수=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자본시장을 일찍 개방한 국가 중 하나다. 그 부정적인 측면의 하나가 '핫머니'라는 단기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이다. 핫머니가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이를 시작으로 환율, 금리 등 여러 부문에 영향을 미치다보니 정부로서는 경제정책 운용의 유연성을 잃어버렸다. 국제통화기금도 중소국가의 자본유출입 문제가 성장에 심각한 장애요소가 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자본시장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원인은 무엇인가.

ⓒ박경서 고려대 교수.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사를 거쳐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및 매각소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금융서비스분과위원장,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박경서 고려대 교수.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사를 거쳐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및 매각소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금융서비스분과위원장,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박 교수=자본시장 침체의 가장 큰 이유는 경기다. 자본시장은 경제성장의 바로미터이자 거울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국내경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자본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지고, 침체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경기가 나쁘면 투자수요가 줄고, 주식발행이나 채권발행 수요가 감소한다. 결국 자금 수요와 공급요인이 한꺼번에 줄면서 자본시장 침체 또는 위기가 발생한다.

▶박 회장=지난해 유상증자 규모가 전년 대비 10분의1로 줄어드는 등 자본시장 위기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수요부족이다. 자본시장으로 자금흐름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은행, 보험은 자금이 남아돌아 운용수익을 못내 고민하지만 자본시장은 자금이 없어 고민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퇴적연금 적립액 54조원 중에서 주식 등 자본시장에 유입되는 실적배당형 운용상품은 3조원 수준이고, 이중 주식형펀드는 7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코스닥이나 BBB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등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양질의 기관투자가가 많아져야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무산에서 보듯 정치권이 자본시장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박 회장=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얘기했는데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은행만 갖고 할 수 있느냐. 은행은 철저히 위험을 피하는 곳이라서 중소기업 자금 지원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에 자본이 투자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소기업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발굴, 투자자들과 연결해주고 자본회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IB(투자은행)의 기능이고 자본시장의 역할이다.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약한 것같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려면 반드시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위기는 증권산업 위축으로 이어지는데.

▶박 교수=자본시장의 위기는 산업적 측면에선 국내 증권산업이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기반이 없는 가운데 62개 증권사가 난립한다. 은행이나 보험에 비해 경쟁 정도가 훨씬 심하다. 이런 가운데 특화전략 없이 모든 증권사가 브로커리지(주식중개)부터 IB까지 모두 만들어서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상당수가 제조 대기업들이 자본조달 차원에서 설립, 그룹 거래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는 구조도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증권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자본시장 안정화와 성장의 중요한 부분이다.

▶박 회장=IT(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 증권거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IB나 자산관리를 키울 만한 시간도 없이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당면한 업계의 위기는 대외악재, 과당경쟁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조업 위주 성장정책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 문제가 크다고 본다. 금융투자업체들이 취약한 자본력, 유사한 사업모델로 위탁매매 중심의 출혈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본연의 자금중개 역할을 강화하고 사업다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대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소형사가 더 어려운 실정인데.

▶박 회장=주식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증권업계 전반의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됐다. 특히 중소형사는 대형사와 달리 자금조달 측면이나 IT비용 등 규모 대비 높은 고정비용으로 인해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당국과 함께 중소형사의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을 다각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중소형사는 모든 사업영역을 영위하기보다 자기매매, 온라인 브로커리지 등 특화영역에 집중하는데 길이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전산영업비용을 줄이면서 수익성 높은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실망감이 높다. 활성화 해법은.

▶박 회장=헤지펀드는 금융의 벤처다. 벤처는 자본금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운용능력은 세계 제일이라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나 능력을 키워주자는 것이다. 정부에서 안전하게 시작하자 해서 자산규모 규제를 뒀지만 벤처식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맞다. 성과판단도 2~3년은 보고 해야 한다. PEF(사모투자전문회사)도 도입 초기에는 미미했지만 도입 5~6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큰 폭으로 성장했다. 기본적으로 기관들은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최소 2년 내외의 트랙레코드(운용성과)를 요구한다. 2014년 말부터는 기관투자가들이 들어올 것으로 본다. 또한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선 롱숏 외에 다양한 금융기법을 구사할 수 있도록 운용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박 교수=전문가 중심의 시장에 자산 등의 규제요건을 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외국에선 헤지펀드들이 자산이나 경영권 매입 등 PEF가 하는 기능까지 담당한다. 그 배경은 규모의 경제다. 또한 헤지펀드가 제대로 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도 같이 가야 한다.

―자본시장 활성화가 증권사뿐 아니라 투자자나 일반 국민에게도 필요한 이유는.

▶박 회장=국내 주식투자자는 528만명, 펀드투자자는 1557만명, 금융투자업계 종사자수는 4만4000명에 달한다. 자본시장법은 민생경제법안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중심의 수익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B가 활성화되고 벤처와 자본시장 생태계가 잘 조성되면 창업이 늘고 중소벤처기업의 자금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이는 일자리문제, 대기업돥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는 물론 새로운 국가성장동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선진국 사례만봐도 대부분 자본시장을 키워가면서 성장해서 국민소득이 올라갔다. 자본시장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 지난달 27일 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장(왼쪽)과 박경서 고려대 교수(오른쪽)가 위기에 빠진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구혜정 기자.
↑ 지난달 27일 박종수 한국금융투자협회장(왼쪽)과 박경서 고려대 교수(오른쪽)가 위기에 빠진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구혜정 기자.

―국내 금융투자업체들의 해외시장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시장 도전은 지속돼야 하는가.

▶박 회장=교역기준 세계 10위권 나라가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인구 5000만명은 금융산업을 키우기엔 너무 좁은 시장이다. 금융의 기본은 고객이다. 현지에 적응하고, 고객기반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해외진출은 가야 할 숙명이라고 보고 장기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철저한 현지화만이 고객기반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이다. 잠깐 돈 빼먹고 가려고 하면 현지 국민들이 절대 돈 안맡긴다. 해외진출은 최소 10년의 손실을 감수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배짱이 중요하다.

▶박 교수=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동남아 등 후진국 중심으로 가야 한다. 또한 국내 제조업체의 성공적인 해외진출 사례처럼 우리가 특화되거나 경험이 있는 분야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직접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개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는 호주 맥쿼리증권이 예가 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가 대선의 화두였다.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가 조화될 수 있나.

▶박 회장=경제민주화는 관점의 문제로 본다. 뭐든지 똑같은 평등의 개념으로 가져가면 안되겠지만 박 당선인이 말한 대로 이를테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으로 가자,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오히려 부작용을 낳지 않느냐, 그러니까 서로 돕고 가자는 방향이라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대만처럼 약한 중소기업을 보강해서 경제의 밑바닥을 탄탄히 해서 같이 가자는 차원이라면 민주화가 좋은 의미라고 본다.

▶박 교수=개인적으로 경제민주화는 신성장동력을 만들자는 것으로 이해한다. 과거 대기업 중심의 산업이나 경제정책이 독과점 등을 만들어 경제활력이 떨어진 것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제민주화를 경험한 것이 바로 코스닥시장의 발전이다. 이전까지 자본시장의 대부분은 대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이었다. 정부가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됐다. 그런데 그것을 한순간에 바꾼 게 코스닥시장이다. 자본시장에서 중소기업, 신생기업에 대한 자본공급 기능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경제력 집중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올 2월에 출범하는 새정부에 바라는 점은.

▶박 회장=자본시장법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 그동안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한 금융허브 등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다. 그런 점이 아쉽다. 경제성장을 하려면 신성장동력산업에 대한 자본공급이 원활해야 하고 이는 자본시장을 통해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고, 자본시장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주력산업으로 키워줬으면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