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5억 걷으려다 700억 손해

[기자수첩]25억 걷으려다 700억 손해

오정은 기자
2013.01.08 06:11

새해 벽두부터 세금이 화두로 떠 올랐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하향을 비롯해 비과세·분리과세 혜택 축소가 곳곳에서 파장을 낳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부터 국가지자체에 대한 거래세가 비과세 일몰에 따라 부활된 게 논란이 되고 있다. 증시에서 무위험 차익거래를 주로 하던 우정사업본부 등 국가기관 관련 투자주체가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는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조세 당국이 내세우는 과세 부활 근거는 조세평등의 원칙이다. 물론 실제 의도는 세수 증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지자체의 비과세 일몰 조치는 결과적으로 세수를 줄이게 될 예정이다.

사실상 과세가 시작된 지난 달 27일부터 국가지자체 거래의 90%를 차지하는 우정사업본부의 당일 차익거래는 거의 사라졌다. 거래세를 면제받던 우정사업본부는 당일 매수, 당일 청산을 반복하는 단기 차익거래를 주로 했는데 세금 부담으로 인해 차익거래 비중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

과세 대상인 차익거래 자체도 줄었지만 주식 거래대금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차익거래는 주가지수 선물인 코스피200과 현물인 코스피200 주식을 이용하는데 코스피200 주식을 매수하는 주체가 주문을 줄인다면 거래 상대방의 일반 주문도 같은 규모로 감소하게 된다.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거래대금 감소 및 시장위축으로 줄어들 거래세 수입은 723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치로 연간 25억원의 세수 증대가 기대됐으나 723억원의 거래세 수입이 사라지면서 총 698억원의 세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도 최소 367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뿐만 아니라 증시는 유동성 위축에 직면하게 됐다. 시장 균형을 지켜주던 우정사업본부의 거래 급감으로 프로그램 매매 시장에서의 외국인 주도권은 강화되고, 쏠림 현상도 심화될 전망이다.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은 7일 우정사업본부에 대해 증권 거래세(0.3%)를 면제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과거 간접투자 활성화를 위해 공·사모형 펀드에 대한 거래세가 한시적으로 면제된 적이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한시적으로나마 거래세를 차별화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호소한다.

증시가 활성화되면 거래세 수입은 자연히 늘어난다. 정부가 실속없이 원칙만 고수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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