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desk]
더벨|이 기사는 07월13일(15:03)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근 삼성그룹 임원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이런 저런 세상 이야기를 나누다 화제는 노후 대책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미 열심히 노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최고 기업인 삼성그룹 임원이라면 뭔가 특별한 걸 하고 있겠구나'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답은 다소 황당했다. "회사 생활 열심히 해서 오래 다니는게 가장 확실한 노후 대책"이라고 했다.
"누가 그걸 모르나. 그거 말고 특별한 뭔가를 알려달라니까." 그는 말을 바꿔 삼성그룹 임원 이야기를 했다. 입사 동기 100명 중 수십년 후 임원이 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평균 2~3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운게 현실.
그는 되물었다. "임원이 된 그들이 정말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일까?" 그는 아니라고 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임원이 되는 2~3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스스로 자기 몸에 흠집을 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외적으로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통은 경쟁자들이 '자해'를 통해 중도에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임원으로 발탁된다는 말이다.
그가 말한 '자해' 수단 3가지가 인상적이었다. 바로 '신용카드, 이성, 골프'. 이것은 삼성 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에 적용된다. (삼성이라는 특정 회사를 지칭하는게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처음에는 용도에 맞게 사용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나 가족들로 카드 사용의 범위가 확대된다. 처음에 느꼈던 죄책감도 어느덧 사라진다. 나중에는 눈먼 돈의 마력을 뿌리치기 힘들게 된다.
이성 문제도 날카로운 자해 수단. 요즘 직장에서 정서적으로 친밀한 이성을 뜻하는 오피스 허즈번드, 오피스 와이프가 유행이다. 실제 직장인의 경우 하루 3분의 1 이상을, 야근이나 회식이 있으면 더 많은 시간을 직장 동료와 함께 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 알 수 없는 법. 적절한 선을 넘어 불륜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처음에는 동료들이 눈치채고 나중에는 관리자도 알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골프. 삼성그룹에서 임원이 아닌 사람은 골프를 공식적으로 할 수 없다. 내 돈 내고 한다는데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골프라는 운동의 '중독성'과 ‘비용'에 있다. 대기업 과·차장급 월급이 어림잡아 400만~500만원 정도라고 한다면 한달에 한번 라운딩하는 비용 30만~40만원 정도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골프의 중독에 빠지면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갑(甲)'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을(乙)'과의 내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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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스스로 흠집내지 말고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 임원이 되고, 그러면 노후 대책은 저절로 된다"는 말이다. 역시 삼성답다. 누군가는 "삼성이니까 그런거지, 대부분 월급쟁이들은 그렇게 사는거 아니야?"라고 항변한다. 그말도 맞다. 삼성이니까 그렇게 한다. 하지만 공적인 직업 윤리와 사적인 인간관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은 다시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
돌이켜보면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능력을 인정받아 온 엘리트들이었다. "일 잘하는 사람인데..." "그럴 사람이 아닌데, 착한 사람인데..." 주목받던 그들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해하는 수단이 비단 이 세가지 만은 아닐 것이다. 서서히 물들어가듯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흠집내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스스로 자해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