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조리법)의 융합이 인기를 끄는 점은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죠."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인 창조경제를 구상한 김창경 한양대 교수의 한 인터뷰 발언이 이슈다. 창조경제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일자, 짜파구리를 일상속의 구체적인 모범 사례로 꼽은 것이다.
짜파구리는농심(361,500원 ▼7,500 -2.03%)이 직접 개발한 신제품이 아니라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수돼 온 레시피다. 방송을 타며 유명세를 얻으며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소맥 폭탄주'(소주와 맥주의 혼합)도 비슷한 케이스다. 국산 맥주만으로 약하다고 느낀 애주가들이 소주와 섞어 마시면서 이제 소맥은 '국민주(酒)'로 보편화됐다.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가지고 색다른 요리법을 짜냈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맛에 대한 욕구가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식품업계에서는 유난히 장수식품이 많다. 기업의 캐시카우로 역할하는 안정적 매출원이라는 의미가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실에 안주케 해서 혁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소홀히 하도록 하는 유인이 되지 않나 한다.
농심의 경우 짜파게티와 너구리는 각각 1984년, 1983년 출시됐다. 1등 라면인 신라면도 1986년에 나왔다. 경쟁자들이 넘볼 수 없는 독보적 아성을 가진 제품이지만 새로운 라면을 '창조'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류업계의 연구개발 노력도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청량감과 목넘김이 좋은 하면발효맥주를 선호하는 소비자 입맛 때문이겠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메이저 업체의 맥주 다양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혹평이 과장됐다고 해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이는 비단 라면과 술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다. 슈퍼마켓 진열대에 가보면 과자·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은 여전히 30년 전 시계추에 머물고 있다. "불황에는 익숙한 브랜드만 찾는다"는 경험칙이 더 식품업체를 더 위험기피로 기울게 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식품기업들의 연구개발비가 연 매출액 대비 2%대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 대다수 식품 대기업들은 1%에도 못 미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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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는 비단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만의 몫은 아니다. 시대정신에 맞춰 식음료 업체들이 '창조적인 맛'으로 혁신을 주도해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