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는 얘기할 수 있지만…." 얼마 전 CJ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주가에 미칠 영향을 묻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보인 반응이다. 입 안에서 웅얼거리듯 얘기하던 이들은 익명처리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야 겨우 말문을 열었다.
애널리스트들의 속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10대그룹에 속한 기업의 주가를 섣부르게 예측했다가 봉변(?)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했을 것이다.
이들이 익명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한 데 정색하면서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분석과 전망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몸을 너무 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CJ그룹주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검찰 수사가 기업투명성을 강화해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답변 일색이었다.
기업 주가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부정적인 의견이나 어설픈 전망을 내놓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름을 내걸지 못하겠다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런 '눈치보기'는 대기업일수록 더 심하다. 애널리스트가 자신이 속한 회사와 본인의 이름을 걸고 기업에 대한 의견을 독립적으로 제시한다면 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위상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그들의 말 한 마디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불행히도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에게 요구하는 역할은 사뭇 다르다. 객관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독립 리서치 회사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눈치보기를 깰 수 있는 외부의 자극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23일 코스피지수가 1% 이상 떨어진 가운데CJ(227,500원 ▲5,500 +2.48%)주가는 3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장기간 악재로 작용해 CJ그룹 주가를 계속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은 틀리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