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폭의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 8월까지 이미 423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연간으로는 500억달러를 상회해 국내총생산(GDP)의 5%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 한은 총재도 “한국처럼 경상수지가 일관되게 흑자를 내는 국가는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많은 신흥국들이 자본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신흥국 위기의 승자’ 라는 말까지 듣는 것도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등 양호한 대외부문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의 모습과 가깝다고 우려한다. 올 8월까지 우리나라 수출(국제수지 기준)은 전년동기에 비해 3.2% 증가한 데 비해 수입은 1.7% 감소했다.
수입 감소는 국제원자재가격 하락에 기인한 측면도 있으나 자본재 수입도 지난해 2.5% 감소에서 올해도 0.8% 증가에 머물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지난해 하반기 부진한 모습을 보이더니 올 상반기에는 8.5%나 감소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투자의 감소는 생산기반을 약화시키고 미래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염려스럽다. 민간소비도 올 상반중 1%대 증가에 그쳤고 소비자심리지수도 최근 하락세다. 민간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니 수입이 늘지 않고 경상수지는 더 큰 폭의 흑자를 보이면서 대외부문과 대내부문이 불균형을 보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가면서 수출비중은 확대된 반면 내수비중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GDP 중 수출비중은 1990년대에 평균 30%이던 것이 2000~2008년에는 40%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54%로 확대됐다. 반면 소비와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중 재화 및 용역 수출의 3배 이상을 차지했으나 2000년에는 두 배 수준으로, 그리고 지난해에는 1.5배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지난 반세기 동안 수출지상주의에 빠져 내수부문을 키우는 데는 소홀히 한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대내부문과 대외부문의 불균형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 달성을 저해한다. 우선 수출의존도 심화로 경제의 변동성이 커진다. 환율이 조금만 하락해도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선진국 경기회복 여부에 우리 경제 전체의 성적표가 좌우된다. 설령 수출이 잘 되도 과거와는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나면 중소기업들도 신이 나고 국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과거처럼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수출의 경제성장기여율은 과거보다 떨어지는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업과 가계간 소득의 양극화 문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수출 못지않게 내수산업의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당장 내수를 살려낼 묘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계의 소득 증가는 더디고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높은 가계신용위험이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업들도 불확실한 대내외여건 하에서 투자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현금만 쌓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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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자 벌써부터 수출경쟁력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만 높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겨우 지난해 말 수준으로 돌아왔을 뿐인데도 말이다. 환율 하락은 소비와 투자 증대에 도움이 되니 이를 내수 활성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났다는 외부 평가에 걸맞게 국내 경제주체들도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내수 확충에도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앞으로는 내수라는 뒷바퀴가 잘 돌지 않으면 수출이라는 앞바퀴로만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가기가 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