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청년들 '볼보'도 마다하고 가는 곳은...

스웨덴 청년들 '볼보'도 마다하고 가는 곳은...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양영권 기자, 사진=임성균
2013.10.23 06:15

[대한민국 취업전쟁](4-2) '창업 강국' 스웨덴 대사에게 듣는 청년고용 해법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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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방식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실패에 관대해지십시오."

북유럽의 '창업강국' 스웨덴.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대사는 22일 서울 남대문로 대사관에서 이뤄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청년들에게 "성공의 조건이 단지 서울대 졸업인 것은 아니다. 당신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은 세상에 너무나 많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스웨덴은 유럽 재정위기로 지난해 유로존이 0.64%(IMF 기준)의 성장률을 보였을 때도 플러스 성장(0.95%)을 했다. 2010년에는 6.56%, 2011년에는 2.93%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스웨덴 경제를 떠받치는 비결로 젊은이들이 손쉽게 '창업'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사회시스템이 꼽힌다. 스웨덴에도 볼보와 에릭슨, 이케아, H&M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이 있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택하는 것은 대기업 입사가 아닌 '창업'이다. 다니엘손 대사에게 스웨덴의 창업지원시스템과 청년고용문제 해법을 들어봤다.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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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른 삼성그룹 입사시험에 10만명이 몰릴 정도로 청년취업문제가 심각하다. 스웨덴은 어떤가.

▶스웨덴에서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 창업을 희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대기업에 근무하면 보다 안정적이고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자기만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없다. 청년들은 돈도 중요하지만 '재미'와 '동기'를 원하고, 자기의 미래를 자기가 통제하고 싶어한다.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스웨덴 사람의 사고방식은 지금의 한국과 비슷했다. 볼보나 에릭슨에 들어간다고 하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안정성'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도 나에게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교사와 결혼을 하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젊은이들은 "내가 새로 창업했는데, 지금 60명을 고용했다"고 말하는 것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은 스웨덴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나라다. 한국에도 이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스웨덴에선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지 않나.

▶실업, 특히 청년층 실업은 한국뿐 아니라 스웨덴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과 조금 다르다. 한국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지만 스웨덴은 대학진학률이 45%에 머문다. 스웨덴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바로 직업을 갖는다.

반면 고등학교 졸업 학력만 갖고 있는 젊은이들은 실업률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고등학교부터 직업교육을 받게 했다. 또 고졸자들이 볼보와 같은 회사에 취업을 하면 최장 5년간 월급의 50%를 정부에서 지급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울러 정부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도록 북돋는 일도 한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회계에서 자금조달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창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가르친다. 대기업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대부분 일자리는 작고 창조적인 회사에서 나온다.

스웨덴에서는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 전혀 어렵지가 않다. 회사를 창업하는 데 인터넷만 있으면 60분이면 할 수 있다. 또 새로운 회사의 60%는 25세 이하 젊은층이 창업하는 회사다.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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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대학에서 창업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스웨덴도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웨덴의 대학은 모두 공립인데, 35개가 있다. 또 모든 대학은 '이노베이션 오피스'라는 것을 운영한다. 이곳은 아이디어가 있는 학생들에게 엔젤 투자자나 은행 등 '자금'을 연결해주는 곳이다. 정규 교육과정을 밟는 학생이 아이디어가 있다면 바로 창업할 수 있다. 스톡홀름대학의 경우 재학생이 1만2000 명인데, 올해만 해서 2000명이 창업을 했다.

-창업을 해서 실패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나.

▶우리는 실패에 무척 관대하다. 이건 복지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스웨덴은 잘 발달된 복지제도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세금을 많이 낸다. 복지는 가난한 이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사람의 생애를 보면 누구나 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 아이가 막 태어나면 부모는 보육수당과 보육서비스를 받는다. 대학까지 교육을 제공한다. 그런데 25세부터 60세까지는 세금을 내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 그리고 60세 이후에는 연금을 받는다.

이같은 복지시스템에서 실업수당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하기 위해 시도만 한다면 최소 월 200만원 정도의 수당을 보장받는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다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직 시도를 포기한다면 혜택도 포기해야 한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하늘에서 돈을 뿌려주지는 않는다.

-실패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갖는 것이 한국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실패는 사회적 오명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누구나 언제든지 실패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한국과 같은 IT(정보기술) 국가다. IT산업은 경기 기복이 무척 심하다. 그래서 어떤 때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 우리도 한국과 같이 다른 사람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조언할 게 있다면.

▶첫째는 대학과 정부, 창업가의 기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정책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60,70년대 한국정부의 경제성장정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어떤 (경제성장) 모델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모든 모델은 사회의 변화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어제 맞았던 정책이 내일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스웨덴 사람들은 그동안 변화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변화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새로운 기회를 준다. 최근 한국의 젊은이들이 해외진출을 많이 하고 대학들은 외국 대학과 함께 교환학생제도를 활발히 운영하는데 바람직하다.

이같은 변화는 한국 사회에 무척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한국의 미래는 일본보다 밝다. 왜냐하면 한국 청년들은 일본에 비해 더 수용적 태도(open-mind)를 갖고 있고 글로벌 사고방식을 더 많이 배우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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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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