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IT부서 홍일점팀장 "악바리 근성 없어도…"

거래소 IT부서 홍일점팀장 "악바리 근성 없어도…"

김지민 기자
2014.02.19 08:07

[피플]장정희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장공시IT관리팀장

"악바리요? 그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남성을 이겨보겠다는 야심찬 근성 같은 것은 솔직히 없어요. 하지만 맡은 일만큼은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깔끔하게 마무리하자는 주의죠. '일 잘 한다'는 것이 저의 강점이라면 강점입니다."

한국거래소 IT부서에서 유일한 여성 팀장으로 꼽히는 장정희 경영지원본부 IT관리부 상장공시IT관리팀장(사진)은 이른바 '잘 나가는' 여성 리더들의 캐릭터처럼 구축된 '악바리'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올해로 19년차인 장 팀장은 지난 1월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 취임 후 단행된 첫 인사에서 팀장으로 승진했다. 총 23명의 신임 팀장 가운데 여성은 2명에 불과했다. 이 중 한 자리를 장 팀장이 차지한 것이다. 남자 직원이 태반인 IT본부에서 홍일점 팀장이 나온 것은 4년여 만이다.

장 팀장이 IT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 입시를 치른 후 전공을 택하면서 시작됐다. 이화여자대학교 전자계산학과 92학번인 그는 졸업 후 안정적으로 진로를 찾을 수 있는 의대나 약대를 지망하던 주위 친구들과 달리 본인의 여성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전자' 전공을 택했다.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대학을 졸업한 1996년 당시 만해도 IT 붐이 막 일던 시기였어요. 친한 친구들은 의대나 약대, 교대를 지원했지만 막연하게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겉보기와는 달리 호기심이 많거든요. 그때 전자 전공을 택한 친구는 한 명도 없었어요."

뭣 모르던 시절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어보고 싶어 내린 결정이었지만 18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당시 결정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다. 섬세함과 침착함을 요구하는 IT분야가 오히려 자신의 성격과 잘 맞는다는 점에서 천직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다른 어떤 산업보다 IT를 주전공으로 삼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꼼꼼한 제 성격과도 잘 맞았고 여성인력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도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IT부서 유일 여성팀장으로 발탁된 이유가 무엇이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맡은 일에 충실했던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평범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후배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얘기다.

"후배들이 어려움을 토로할 때 여자, 남자를 가리지 않고 일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해 주는 얘기는 하나입니다. 자기 업무에 충실하라는 것이죠. 본인이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일어나기 마련인 것 같아요. 저도 남편에게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늘 전파 받고 있거든요."

남편은 그에게 '비타민' 같은 존재다. 12년 전 상장공시시스템인 카인드(KIND)를 전면 개편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과로로 '링거 투혼' 벌일 때에도 남편과 두 아이는 장 팀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다.

"새벽에 출근하고 밤 10시가 다 돼 집에 들어가는 아내와 엄마를 군소리 없이 받아들여 준 가족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는 보람과 행복은 애당초 꿈에도 못꿨을 겁니다. 가족을 물론이고 이렇게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주위 동료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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