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시장 발들였다 고금리 굴욕…등급 낮은 홈플러스 조달에도 뒤져
롯데쇼핑(133,300원 ▲300 +0.23%)이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해 글로벌 자금을 저리에 조달하려다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냈다.
싱가포르거래소의 부동산투자신탁(REITs, 리츠) 시장에 국내 백화점 및 마트 자산을 매각해 1조840억원을 조달하려 했지만 해당 투자자들이 주권(Equity) 수익률로 8%대의 고금리를 요구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20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싱가포르 DBS뱅크와 미국계 골드만삭스, 일본계 노무라홀딩스,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뱅크 등을 총동원해 이번 거래를 준비했고 지난주 투자자들의 공모 수요를 파악했다. 그러나 이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들은 롯데쇼핑의 기대와 달리 6~7% 수준의 수익률이 아닌 8%대 이상을 원해 거래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지난 5년간 각종 M&A로 부채비율이 상승하자 올 초부터 국내 부동산 경기의 지속적인 침체를 예상하고 이를 활용한 신규 자금조달을 준비해왔다. 담보가 걸려있지 않은 부동산 자산을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 팔아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하려던 계획이다. 해당 리츠 시장은 지난 2년 여간 호황을 맞아 투자자들의 수요가 넘치고 수익률 기대심리도 상당히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롯데쇼핑은 당초 롯데백화점 일산점 등 백화점 6개와 마트 점포 11∼12개 등 총 18개가량의 점포를 리츠로 매각해 최대 1조8000억원을 조달할 방침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국내에서는 더 이상 오르지 않으니 일단 해당 자산을 팔고 다시 임대하는 방식으로 무수익 자산을 유동화 하려던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정세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tapering)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은 안전자산 위주로 쏠리게 됐고 싱가포르 시장의 열기도 한풀 꺾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유동성 자금은 풍부해지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에 대한 국민연금과 각종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의 기대 수익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롯데쇼핑의 이 거래는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동시에 한국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IPO) 형식으로 이뤄져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당초 기대했던 투자 수요가 줄어 거래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낮아졌고 해외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도 예상보다 2~3% 이상 높아지면서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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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딜레마는 경쟁사 홈플러스와의 비교로 확연해진다. 유통소매업에서 경쟁 중인 홈플러스는 지난해 말 4개 점포를 팔아 6300억원을 조달했다. 경기 부천과 수원, 인천, 대구 등 4개 점포를 삼성SRA자산운용에 세일앤리스백(Sale&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투자여력을 갖춘 것이다. 홈플러스는 이 거래의 주권 수익률을 5%대에 맞추면서 차입 금리와 평균을 내면 4%후반대의 조달 금리를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만약 이번 리츠 거래를 관성적으로 지속할 경우 8%대 주권 수익률을 보장해야 한다. 이 부담은 백화점 등을 재임대하면서 내야할 건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4~5%대의 차임금리를 감안하면 6% 후반대에 1조원 가량을 조달하는 셈이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AA+'로 앞선 홈플러스의 'AA-'에 비해 두 등급(notch)이나 높다는 걸 감안하면 재무 실무자들의 완연한 전략적 판단 실패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거래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단지 금리에 대한 기대보다는 복합적인 이유로 싱가포르 리츠 시장을 두드렸지만 거래가 지연되면서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며 "현 조건에서 딜을 지속하면 국내 연기금과 부동산 사모펀드를 통한 조달보다 일년에 100억~200억원씩 수년간 기천억원에 달하는 손해가 생겨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