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등록금은 지난해 평균 약 670만원이다. 국·공립대와 사립대, 전공분야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전체 평균하면 그렇다. 1000만원은 아닐지라도 큰 금액이다. 정부와 여당은 대선공약인 반값등록금을 2015년 완성한다는 목표로 막대한 재정을 매년 투입해 오고 있다.
반값등록금 공약의 요지는 2011년 말 기준 전 대학(국·공·시립 및 전문대 포함) 총 등록금인 약 14조원의 절반, 즉 7조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호주머니가 아닌 공적 부분에서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내년에 국가 예산 약 4000억원만 증액하면 반값등록금 공약은 실제로 완성된다.
그렇다면 2015년에는 대학생들의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이 반으로 뚝 떨어질까.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지금의 반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사실 등록금 문제는 졸업 후 취업과 소득의 문제에 다름 아니다. 등록금이 연 1000만원일 지라도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되고 월급을 받아 4~5년 후 융자금 등을 모두 갚을 수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1960~1970년대 농민들이 소 팔고 논·밭을 팔아 매년 대폭 인상되는 자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당시 이 같은 말이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면에는 졸업만 하면 취업이 되고 기대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있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소위 투자수익률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매년 오르는 등록금에 입학정원 확대가 곧 대학수입 확대로 직결되던 시절, 대학과 총장님들이 정말 '안녕하셨던' 시대였다. 그러나 또 다시 그런 시절이 올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부의 대학 등록금 인하 동결 정책으로 인해 대학의 주 수입은 줄어드는데 비해 이에 대한 대체재원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 선정에 대학이 사력을 다하는 현실이 돼버렸다.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면 규모에 따라 연 10억~30억원의 지원을 받게 돼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또 대학 명성과도 직결돼 학생모집 등 다양한 반대 급부를 누릴 수 있다. 자연히 대학 간에 치열한 경쟁이 전개돼 어떻게 하면 정부의 지침에 부합되게 계획을 잘 만들지 또는 어떻게 하면 제시된 정부의 선정 지표에 잘 부합될 수 있을지 고심하는 소위 지표관리 행정에 '올인'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생자원 감소에 따라 정부가 선제적으로 3년 단위로 3회에 걸쳐 전 대학을 5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대학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등급에 따라 강제적으로 대학별 입학 정원을 줄이고 5등급 대학은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한 강제적 정원 감축에 앞서 대학특성화 사업 등 각종 재정지원사업 선정시 구조개혁 지표에 중점을 둠으로써 대학의 자율적인 감축을 우선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학으로서는 어중간하게 선정돼 재정지원은 조금 받고 정원은 대폭 감축되지 않을 지, 어느 정도 감축하면 선정될 수 있을 지 등 대학과 총장들의 눈치보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눈치보기가 아니다. 경쟁을 위해 상대의 전술과 전략을 탐색하는 것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다는 속담처럼 문제는 어떻게 해서라도 재정지원사업에 우선 선정되고 보자는 식으로 지표관리에 '올인'하다가는 자칫 저마다의 대학이 가진 경쟁력과 특성을 장기적으로 오히려 저해하지 않을까. 서로 간에 눈치보기가 아니라 각 대학별로 자기들에 맞는 중장기적 발전 방향과 목표에 따라 대학과 총장들이 '올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큰 틀에서 대학을 바라보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저러나 대학과 총장들에게는 해가 갈수록 전혀 안녕하지 못한 시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