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과 총장들의 '눈치보기'

[기고] 대학과 총장들의 '눈치보기'

이원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2014.03.10 06:30
이원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사진=머니투데이
이원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사진=머니투데이

대학생 등록금은 지난해 평균 약 670만원이다. 국·공립대와 사립대, 전공분야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전체 평균하면 그렇다. 1000만원은 아닐지라도 큰 금액이다. 정부와 여당은 대선공약인 반값등록금을 2015년 완성한다는 목표로 막대한 재정을 매년 투입해 오고 있다.

반값등록금 공약의 요지는 2011년 말 기준 전 대학(국·공·시립 및 전문대 포함) 총 등록금인 약 14조원의 절반, 즉 7조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호주머니가 아닌 공적 부분에서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내년에 국가 예산 약 4000억원만 증액하면 반값등록금 공약은 실제로 완성된다.

그렇다면 2015년에는 대학생들의 등록금에 대한 부담감이 반으로 뚝 떨어질까.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지금의 반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사실 등록금 문제는 졸업 후 취업과 소득의 문제에 다름 아니다. 등록금이 연 1000만원일 지라도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되고 월급을 받아 4~5년 후 융자금 등을 모두 갚을 수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1960~1970년대 농민들이 소 팔고 논·밭을 팔아 매년 대폭 인상되는 자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이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당시 이 같은 말이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면에는 졸업만 하면 취업이 되고 기대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있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소위 투자수익률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매년 오르는 등록금에 입학정원 확대가 곧 대학수입 확대로 직결되던 시절, 대학과 총장님들이 정말 '안녕하셨던' 시대였다. 그러나 또 다시 그런 시절이 올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부의 대학 등록금 인하 동결 정책으로 인해 대학의 주 수입은 줄어드는데 비해 이에 대한 대체재원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 선정에 대학이 사력을 다하는 현실이 돼버렸다.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면 규모에 따라 연 10억~30억원의 지원을 받게 돼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또 대학 명성과도 직결돼 학생모집 등 다양한 반대 급부를 누릴 수 있다. 자연히 대학 간에 치열한 경쟁이 전개돼 어떻게 하면 정부의 지침에 부합되게 계획을 잘 만들지 또는 어떻게 하면 제시된 정부의 선정 지표에 잘 부합될 수 있을지 고심하는 소위 지표관리 행정에 '올인'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생자원 감소에 따라 정부가 선제적으로 3년 단위로 3회에 걸쳐 전 대학을 5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대학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등급에 따라 강제적으로 대학별 입학 정원을 줄이고 5등급 대학은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한 강제적 정원 감축에 앞서 대학특성화 사업 등 각종 재정지원사업 선정시 구조개혁 지표에 중점을 둠으로써 대학의 자율적인 감축을 우선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학으로서는 어중간하게 선정돼 재정지원은 조금 받고 정원은 대폭 감축되지 않을 지, 어느 정도 감축하면 선정될 수 있을 지 등 대학과 총장들의 눈치보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눈치보기가 아니다. 경쟁을 위해 상대의 전술과 전략을 탐색하는 것은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다는 속담처럼 문제는 어떻게 해서라도 재정지원사업에 우선 선정되고 보자는 식으로 지표관리에 '올인'하다가는 자칫 저마다의 대학이 가진 경쟁력과 특성을 장기적으로 오히려 저해하지 않을까. 서로 간에 눈치보기가 아니라 각 대학별로 자기들에 맞는 중장기적 발전 방향과 목표에 따라 대학과 총장들이 '올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큰 틀에서 대학을 바라보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저러나 대학과 총장들에게는 해가 갈수록 전혀 안녕하지 못한 시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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