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 은행들, 퇴직연금상품 '짬짜미식 몰아주기'

[단독] 대형 은행들, 퇴직연금상품 '짬짜미식 몰아주기'

조성훈 기자
2014.03.19 06:00

금감원 퇴직연금 행정지침 유명무실…국민·신한·우리 등 한도액 3~4배초과 1~2조씩 맞교환

신한·국민·우리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당국의 퇴직연금 관련 행정지침을 어기고 원리금보장상품을 한도 초과해 맞교환하며 사실상 짬짜미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금융당국과 퇴직연금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011년 6월에 퇴직연금 사업자끼리 원리금보장상품을 원활히 제공해 가입자들의 선택권을 높이고 제살깎기식 고금리 경쟁을 막자는 취지에서 퇴직연금 운용관련 행정지침을 내렸다.

금감원 행정지침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는 자사 원리금보장상품을 타사업자에 전년도 적립액의 최소 50%이상 제공해야 한다. 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특정 타사업자에 10%이상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같은 지침에도 퇴직연금 시장의 30% 가까이 점하고 있는 신한·국민·우리은행 등은 원리금보장상품을 자기들끼리만 1조~2조원 어치씩 몰아서 주고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중 퇴직연금 적립액이 가장 많은 신한은행은 지난해 자사 원리금보장상품을 3조4112억원 이상 타사업자에 제공해야 했다. 아울러 한 사업자에 10%인 3411억원까지만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가 공시한 타사 원리금보장상품 제공 실적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 기준금액의 4~5배에 해당하는 1조7814억원과 1조3858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역시 타사에 제공해야 하는 원리금보장상품 2조9618억원 가운데 1조7948억원과 1조1256억원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 나눠줬다. 10% 기준은 고사하고 두 은행에 한도의 95% 가량을 제공했다. 국민은행은 연간 제공 최소한도 기준인 3조2226억원에 6650억원 못 미치는 2조5576억원어치만 타사에 제공한 것은 물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1조원 안팎을 몰아줬다.

퇴직연금 감독규정에 따르면,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는 자사 원리금보장상품을 최대 50%까지 편입할 수 있는데 은행들은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규모가 비슷한 은행들끼리 맞교환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앞선 행정지침은 강제성이 없는 반면, 퇴직연금 감독규정은 위반시 제재를 받게되는 만큼 행정지침을 위반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이와관련, 한 퇴직연금업계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특정 은행의 원리금 상품을 원해도 이들 은행들은 상품 제공한도가 모두 찼다는 식으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은행들이 유사한 조건의 상품을 맞바꾸다 보니 군소 보험사나 증권사 등은 자체적인 원리금 상품을 개발해 고객 수요를 충당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금감원에 퇴직연금 사업자의 행정지침 준수여부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대형 은행들은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알지만 자사 가입자와 적립액이 상대적으로 큰데다 중소규모 사업자가 공급하는 상품종류와 물량가 제한적이어서 불가피하게 규모가 비슷한 은행끼리 상품을 주고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업체마다 퇴직연금 수탁고 차이가 커서 (중소규모 사업자와) 일일이 협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일부 사업자들은 역마진에 따른 손실을 우려해 상품 제공을 꺼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합당한 이유없이 상품 제공을 거절하면 안 된다고 행정지침을 내렸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강제성이 있는 퇴직연금 감독규정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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