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동안 1020원을 경계로 공방이 벌어졌지만 이제는 세 자릿수 환율 진입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 됐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내린 1011.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사흘째 연저점 기록을 경신하는 등 지난 2분기 동안 원화는 달러에 대해 5.2% 절상됐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1006억원과 24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는 원화에 대한 수요를 높여 환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로 인한 원화 강세 압력으로 당분간 환율 하락 부담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6월 무역수지는 5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9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총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차감한 금액, 즉 무역수지의 흑자는 일단 국가경제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흑자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의 점진적인 개선은 수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며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여파와 기업들의 현금보유 선호 등으로 내수가 악화되면서 수입이 좀처럼 늘어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역수지 흑자가 내수 악화에 따른 수입 감소에 따른 것이라면 건강한 움직임이 아니다.
증시는 이 같은 환율 움직임에 머리가 복잡하다.
일단 시장은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을 놓고 볼 때 수출주보다 내수주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컨센서스는 수출주의 경우 -9.7%로 뒷걸음질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내수주는 +19.3%로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김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2분기 실적 시즌에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수출주보다 내수주의 이익이 양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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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하락세로 마감한 코스피 시장에서 내수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통신, 종이/목재업종이 각각 2% 이상 상승했고 전기가스, 비금속광물, 음식료 업종도 강세를 보였다. 내수주인 KT&G, 삼양사, 대한제분, 무학, BGF리테일은 이날 각각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전기/전자, 자동차 등 수출주는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증시 전반에 대한 고민도 높아지고 있다. 우리 증시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출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이 같은 원화 강세가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결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있다.
이 같은 '기존 상식'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경험적으로 원화 강세는 주가 상승과 연결된다"며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내려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이것은 오히려 코스피 2000 안착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8년 이후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의 관계를 표현하는 가장 간결한 공식은 'KOSPI=3000-원/달러 환율'일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듯 환율 예측은 어렵다. 경제적 요인들과 개별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당분간 환율 움직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