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1일 3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며 2040선까지 밀려났다. 기관이 대거 '팔자' 물량을 쏟아낸 가운데 매수 주체 역할을 해 오던 외국인이 이날 관망세를 보이면서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 정책모멘텀 등 그동안 시장을 이끌었던 재료들의 '약발'이 약해지면서 시장이 외부 변수에 보다 예민해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22일 예정된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 등 외부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하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투자심리가 약해졌다. 이날 장중 발표된 중국 8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50.3으로 시장 컨센서스(51.5)에 크게 못 미쳤다. 앞서 발표된 산업생산, 신용지표에 이어 제조업지수까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PMI지수 하락은 중국정부가 그동안 성장률 방어를 위해 펴왔던 재정, 통화정책 효과가 약화되면서 나타난 결과"라며 "앞으로 중국 제조업의 회복 모멘텀 약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파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급 측면도 약했다. 그동안 연일 '팔자' 행진을 하고 있는 기관은 순매도 규모를 확대했고 이 물량을 개인이 받아냈다.
기관은 이날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기관은 이날 총 3708억원 순매도하며 지난 6월5일(4349억원 순매도) 이후 일일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금융투자가 이날 2612억원 순매도하며 '팔자'를 주도한 가운데 △사모펀드(-444억원) △투신(-292억원) △보험(-252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
전날 기관 순매도 물량(2383억원) 중 절반 가량이 펀드 환매로 추정되는 투신(1068억원) 물량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눈에 띄는 움직임이다.
이날 금융투자의 대규모 '팔자'는 차익거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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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제조업 PMI여파 등으로 외국인이 이날 선물시장에서 1만2439계약을 팔았다"며 "이 여파로 시장 베이시스가 죽었고 증권사(금융투자)들은 매수차익 물량청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시장에서 수급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투신이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겠지만 증권사 창구에서 하루에 3000억원에 가까운 매물이 나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시장을 사실상 견인해 왔던 외국인은 이날 손을 놨다. 장 초반부터 '팔자'에 나섰던 외국인은 이날 폐장 직전까지 695억원 순매도했다. 그러나 장 막판 동시호가에서 698억원 '사자'를 기록하면서 총 3억원 순매수로 이날 거래를 마감했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움직임은 멈춰선 것일까.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지수가 3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는 가운데 장중 외국인이 700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본격적으로 '팔자'에 나섰다고 볼 수 없다"며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장 마감 직전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에 대해서는 "한국 ETF에 해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장 막판 리밸런싱 차원의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 및 일본 증시의 강세 등도 우리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날 일본 증시는 5개월만에 최대폭의 약세를 보인 엔화 가치에 힘입어 수출주가 급등하는 등 9거래일째 상승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최근 약화 약세 속에서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엔화가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 등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22일 옐런 의장의 잭슨홀 미팅 키노트 연설에 쏠려 있다. 관건은 '고용', 그리고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신호다. 최근 미국이 금리인상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은 불안해 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옐런 의장이 시장에 충격을 줄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은 맞지만 미국 통화정책의 전환기를 맞아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보다 침착하게 시장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