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없고 미지의 사업에 진출하려는 의욕도 없고 익숙한 과거와 헤어지기도 싫다면 그 기업은 21세기에 번영할 수 없습니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최근 글로벌 성장성 약화와 3분기 실적 부진, 한국전력 부지 고가매입 논란에 엔화 약세까지 더해지면서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했던 현대차에 보내는 메시지처럼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라면 벼랑 끝에 내몰린 지금이 오히려 '퀀텀점프(대약진)'를 이뤄낼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알프레드 노벨의 일화도 살펴볼만하다. 프랑스의 한 신문은 노벨의 부고 기사를 내면서 '죽음의 상인'이라고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형(루드비히 노벨)의 죽음을 착각한 오보였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냉정한 평가에 노벨의 마음이 움직였다.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번 돈을 좋은 일에 쓰기 시작했고, 재산의 94%를 기부해 노벨상을 만들었다. '죽음의 상인'으로 끝날 뻔했던 삶이 후대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위인의 인생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시장의 싸늘한 평가에 직면한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죽음의 상인'을 넘어 '위인'의 반열에 올라선 '노벨'과 같은 과감한 결단으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일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중간 배당 확대 약속에 이어 2005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대차가 밝힌 자사주 매입규모는 약 4490억원(전체 물량의 1% 수준)에 달한다.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현대차 측이 최근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외국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잇따라 진행한 기업설명회(IR)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고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량(786만대)도 초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증권가 안팎에선 시장의 우려를 걷어내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본원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고 내수시장 접근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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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와 스마트카 등 차세대 기술변화와 관련한 준비에서 경쟁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수입차 판매가 전년 대비 25.6% 상승하는 등 고마진을 담보했던 내수시장에서 급속한 기류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현대차그룹이 최근 2020년까지 현재 7개 차종인 친환경차를 22개 차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경차부터 세단,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에 이르는 친환경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하느님도 그렇지만 시장(市場)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의 뚝심과 통 큰 결단이 시장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