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미달 땐 자금 회수…운용사간 경쟁 유도 수익률 관리 강화
국민연금이 50조원에 달하는 국내주식 위탁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해 사실상 위탁운용사의 하루 수익률까지 평가하는 상시점검 제도를 도입했다. 일일 평가를 통해 수익률 기준에 미달하는 운용사에서는 위탁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어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달 들어 국내 자산운용사 등에 위탁한 주식 자산에 대해 1년 수익률을 매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기준으로 1년 전부터의 누적 수익률을 매일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매일 점검하는 1년 수익률 자료를 통해 하루 수익률을 추산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의 1일 성과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의 수익률을 실시간 점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분기마다 실시하는 정기평가에서 자산운용사와 자문사에 위탁한 자금으로 운용되는 펀드에 대해 3년 수익률과 5년 수익률을 상호 비교하는 방식으로 평가해 왔다. 이달부터 도입한 1년 수익률 점검은 해당 펀드의 목표 BM(벤치마크) 수익률과의 차이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국민연금은 수익률이 평가 기준에 미달할 경우 위탁운용사 선정·평가에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1년 수익률이 3영업일 이상 지속적으로 BM 대비 4%포인트를 밑돌 경우 1차 '주의' 단계로 신규자금 배정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7%포인트 밑돌 경우에는 2차 '경고' 단계로 위탁자금 일부를 회수할 계획이다. 이후 한달 동안 유예기간을 준 뒤 다시 3영업일 동안 수익률이 BM 대비 9%포인트를 하회하면 위탁자금을 전액 회수한다.
국민연금이 3년과 5년 단위의 중장기 수익률을 분기마다 평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실상 하루 단위 수익률까지 평가하기로 한 것은 운용사간 경쟁을 유도해 수익률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단기 수익률을 중시하겠다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해 중장기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초부터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주도로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위탁운용체계를 점검해 왔다. 평가 기준이 중장기 수익률에 맞춰 있다 보니 한해 바짝 수익을 낸 운용사가 다음해 느슨한 운용 행태를 보인 경우가 심심찮았다는 후문이다. 첫해 10% 정도 수익을 내면 다음해 수익률이 2%에 그쳐도 2년 평균 수익률은 6% 이상이 나오는 식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92조7000억원으로 이 중 44조원(47.4%)이 위탁 운용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는 자산운용사 28곳, 자문사 8곳 등 총 36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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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업계에서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장기투자에 강한 운용사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위탁자금은 규모를 떠나 운용사의 역량을 검증받는 시험대 성격이 강해 운용사의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BM 대비 수익률이라고 해도 수익률을 매일 평가받는 여건에서는 장기운용 철학을 바탕으로 긴 호흡으로 운용하는 운용사들이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