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제약·바이오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이 더 높은데..." 삼성그룹의 바이오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기로 하자 한 한국거래소 직원이 탄식하며 한 말이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해외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아쉽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년 상반기에 나스닥 상장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최대주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내년 하반기 이후 나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담당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란 기존에 나와있는 바이오의약품을 복제·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거래소 직원은 "나스닥시장에는 신약 위주의 기업이 많고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동종기업이 별로 없어 밸류에이션 평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예상 시총은 최소 8조원, 공모 자금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셀트리온의 시총이 8조73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소화하기 힘든 규모도 아니다.
국내 기업이라도 해외에 상장하면 국내 투자자들이 공모에 참여할 길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미국의 공모주 경쟁이 워낙 치열해 국내 증권사가 물량을 받아오기 어려울 뿐더러 미국에 상장하는 공모주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국 증권사가 공동 주관사가 된다면 국내 투자자들의 공모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외국계 증권사들로만 주관사단을 꾸렸다. 상장 주관사로는 시티그룹과 골드만삭스가, 자문사로는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
반면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게임회사 더블유게임즈는 여러모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대비된다. 더블유게임즈는 세계적인 소셜카지노 게임개발업체로 페이스북의 카지노게임 3위 기업이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북미지역에 있어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지만 나스닥시장이 아니라 코스닥시장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김가람 더블유게임즈 대표는 국내 상장을 결정한 배경으로 뿌리가 한국 기업인 만큼 한국 투자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어느 곳에 상장하든 개별 기업이 결정할 전략상의 문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중국이 아닌 미국 상장을 택했다. 다만 각국 거래소간 상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바이오기업을 나스닥시장에 뺐겼다는 점이 거래소로선 뼈 아플 것이다. 거래소 자체적으로도 부족한 점은 없는지,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