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투자은행) 육성 취지에 맞게 덩치를 키웠으면 그동안 덩치가 작아 진출하지 못한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게 맞지 않나요. 삼성전자가 국내서 중견, 중소기업과 경쟁하면 뭐라고 할까요? 언제까지 골목대장에 만족하려고 하는지···"
2분기 도입 예정인 초대형IB 제도와 관련, 증권사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정부가 대형증권사를 대상으로 "해외 글로벌IB와 경쟁하라"고 다양한 정책적 인센티브를 주는 초대형IB 제도를 도입했는데 정작 대형증권사는 국내 시장에서 과도한 영업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증권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초대형IB 제도는 자본시장법과 시행령, 금융투자업 규정 등 관련법 개정과 신규 업무 인가 준비 등 후속 작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2분기 중 도입될 예정이다.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3조원 이상은 기업금융 한도와 건전성 규제 완화, 4조원 이상은 발행어음 업무, 8조원 이상은 IMA(종합투자계좌) 업무 허용 등 기업금융과 관련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미국 골드만삭스나 일본 노무라, 다이와 증권처럼 기업금융을 무기로 세계 무대를 누비는 글로벌 금융사(초대형IB)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제도 취지다. 금융권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토종 글로벌 기업을 키워보겠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들은 몸집 불리기(자본확충)를 통해 초대형IB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3조원 이하 증권사들은 대형화 경쟁 속에서 자신들만의 생존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그런데 초대형IB 경쟁을 앞둔 대형증권사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지배력 강화에 여념이 없다. 대표적인 게 주식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업무다.
자본 6조6000억원으로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올 초부터 신규 온라인 증권계좌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8년간 주식거래 무료 수수료 혜택 제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기자본 4조원 규모의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같은 고객들에게 최대 5년간 무료 수수료를 제공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초대형IB라는 정책적 지원 대상인 대형사들이 국내서 경쟁하면서 골목대장 노릇만 할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초대형IB와 나머지 증권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불공정한 게임이 심화 될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독자들의 PICK!
저금리, 저성장, 초고령화 여파로 기업 성장을 위한 해외 진출이 당면과제다. 하지만 대형증권사들이 좁은 한국시장에 만족하는 한 글로벌 금융사라는 꿈은 멀어질 것이다 "대형증권사들이 이번에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