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증권업계 3200억달러 한은 외화자산 중개 '노크'

[단독]증권업계 3200억달러 한은 외화자산 중개 '노크'

김훈남 기자
2017.05.02 04:29

황영기 금투협회장·증권사 대표, 한은 외자운용원장 만나 중개업무 참여가능성 타진

증권업계가 3200억달러 규모 한국은행 외화자산 운용중개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초대형 IB(투자은행) 출범과 해외시장 진출을 눈앞에 둔 증권업계가 외국계 IB의 전유물이던 공적자금 해외자산 중개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채선병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 일부 증권사 대표 등이 최근 오찬 모임을 갖고 한은의 외화자산 중개업무에 국내 증권사 참여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3711억달러(한화 약 420조원) 규모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IMF(국제통화기금) SDR(특별인출권)과 금 등을 제외하고 3200억달러(한화 약 363조원) 규모의 외환을 채권, 주식 등 외화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가운데 85.8%를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외화자산 운용의 첫 조건이 안정성인 만큼 대부분을 선진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에 투자한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 중 선진국 국채 매매업무를 중개하는 곳이 없어 노무라증권 등 글로벌 IB를 통해 채권을 사고팔았다.

이날 황 회장 주도로 모인 오찬자리에선 한은이 외국계 IB에 맡기고 있는 채권 매매업무 중 일부를 국내 증권사가 맡는 방안이 논의됐다. 증권업계와 한은 모두 공적자금의 해외 자산 중개업무에 국내 증권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추후 방안을 모색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국은행이 운용하는 외화자산 규모가 큰 데다 거래단위가 1억달러를 넘나드는 만큼 성사될 경우 새로운 수익 구조에 목마른 국내 증권업계에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증권업계의 준비 정도다. 미국 등 선진국 국채는 이를 다루는 중개업자의 자본금과 지급 여력 등을 고려, 뉴욕 연방은행이 공인한 정부증권 딜러(프라이머리 딜러)만 취급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중 프라이머리 딜러 자격을 보유한 곳이 없다.

이 때문에 선진국 국채 매매 중개업에 곧바로 뛰어들기 보다는 한은이 운용하는 우량 해외 회사채 중개업무에 우선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한은은 해외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474억달러(외화자산의 14.8%)가량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해외 회사채는 프라이머리 딜러 자격 없이도 거래를 중개할 수 있어 국내 증권사의 참여 여지가 있다.

증권사가 한은의 외자 운용 주문을 얼마나 정확하고 기민하게 수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중개업 진출이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해외 회사채 중개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프라이머리 딜러 자격을 취득하면 외화 자산 중개업무 영역이 늘어날 것으로 증권업계는 기대했다.

이와 관련, 황 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한은의 해외 채권 거래 가운데 일부라도 국내 증권사가 참여해보자는 논의가 오갔다"며 "증권업계가 얼마나 충실히 준비하는지에 따라 중개 참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해외 채권 중개업무에 국내 증권사가 참여하게 해달라는 의견을 들었다"며 "한은의 의견은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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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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