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 '쇼크'에도 주가는 점프했다. 코스피 지수는 한 동안 '벽'이었던 1950선을 뚫고 단숨에 1980대로 도약했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개발 가능성과 경제 재개 기대감에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영향이다.
2분기 실적은 더 암울하다는 전망에도 풍부한 유동성이 떠받치는 이상 주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시장에선 코스피 지수가 언제쯤 2000선을 뚫고 올라갈 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43.5포인트(2.25%) 오른 1980.6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7일 1900선을 회복한 이후 한 달 간 지루한 횡보장세가 이어졌으나 이날은 단숨에 2% 이상 뛰어오르며 2000선에 근접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일 대비 5.51포인트(0.8%) 오른 696.36을 기록하며 700선 문을 두드렸다. 종가 기준으로는 700선이 무너졌던 지난해 6월28일 이후 약 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밤 미국에서 들려온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소식이 코스피에도 온기로 작용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1차 임상에서 참가자 45명 전원에 항체가 생긴 것으로 나타나면서 코로나19 공포에 짓눌렸던 투자심리가 살아난 것이다.
특히 그동안 매도를 지속했던 외국인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3311억원 어치를 순매수 한 것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기관 역시 8421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그동안 매수를 이어왔던 개인은 차익실현을 위해 매물을 내놓으면서 1조186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내 상장사의 1분기 순이익이 절반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증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날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상장사 592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분기 총 영업이익은 19조477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1.2% 줄었고, 순이익은 11조336억원으로 반토막(-47.8%)났다.
그나마 실적을 이끈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1%, 61.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셧다운(가동 중단) 된 것이 고스란히 실적 충격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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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에 비하면 1분기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코로나19 확산이 3월부터 시작됐고 셧다운 여파가 지난달부터 본격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이익 감소폭은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2분기 실적 마저 '과거'의 일로 간주하고 있다. 예견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오히려 경제 재개 이후 3분기부터 시작될 이익 반등 가능성에 더 중점을 둔다.

이익을 줄어드는데 주가만 오르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지지만 투자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증권가에서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역대급 밸류에이션 고점의 이면을 살펴보면 실제론 크게 부담스런 주가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미국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 종목의 12개월 전망 PER(주가순수익비율)은 22.1배로 2000년대 초반 IT(정보기술) 버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실적과 비교하면 주가는 과도한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현재의 경기 침체는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구조적 침체가 아닌 일시적 침체로 코로나19가 완화할 경우 과거 침체기보다 경기가 더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에 민감하게 반응한 업종이 PER을 왜곡하면서 거품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에너지, 소재, 산업재, 금융 등 민감업종의 이익이 급감하면서 PER 왜곡이 나타났다"며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성장 업종(IT, 커뮤니케이션, 헬스케어 등)의 PER는 20.6배 수준으로 위기 직전 고점을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 역시 해외와 비교하면 PER은 낮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코스피 PER는 18.6배로 지난해 10.8배보다 급등했다. 하지만 미국(20.5배) 영국(20.4배) 인도(20.5배) 브라질(17.4배) 태국(17.9배) 등과 비교하면 부담스런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강한 유동성이 뒤받침하고 있다는 점도 증시 하방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각국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슈퍼 부양책을 실시하고 있고, 미국은 기업 도산을 방지하기 위해 무제한 채권 매입(양적완화)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 풀린 돈이 증시로 흘러 들어가기 좋은 환경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추가 대응 여력이 있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은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모더나 백신 임상 1상 결과는 향후 지수 하방을 막아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