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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이엠텍(620원 ▼10 -1.59%)은 3년 전만 해도 회생이 힘들어 보였던 회사였다. 이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주권 거래 정지 처분을 받고 상장 폐지를 걱정해야 했다. 한때 500억원을 넘어섰던 연매출은 2021년 4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누적 적자는 쌓여갔다.
변곡점은 대진첨단소재 창업자인 유성준 대표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찾아왔다. 피인수 이듬해인 2023년 상반기에 전격적으로 거래 재개에 성공했다. 2차전지 신사업으로 엔진을 바꿔 달았다. 지난 1일 따낸 800억원 규모 공급계약이 그 첫 번째 결실이다.
상장 폐지 직전의 회사가 3년도 안 돼 새 회사로 탈바꿈한 셈이다. 그 뒷단에선 유 대표의 M&A 선구안과 신사업 추진 역량, 북미 사업 네트워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케이이엠텍은 향후 5년간 800억원 규모의 각형 2차전지 캔(Can) 부품을 글로벌 배터리기업에 공급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해당 고객사와 지난해 6월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후속 절차로 이뤄진 본계약이다.
이번 계약은 케이이엠텍이 2차전지 신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 따낸 정식 공급 계약이다.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를 상대로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정식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케이이엠텍이 사업 정상화의 돌파구로 추진한 신사업이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는 상징적 의미로도 보고 있다.
케이이엠텍이 2차전지 신사업을 시작한 건 2023년이다. 2024년 3월에 나온 2023년 연말 결산 사업보고서에 신규사업으로 2차전지 사업부문이 처음 기재됐다. 2023년 3분기 보고서까진 사업 부문이 전자사업과 유통사업으로만 구성돼 있었다.
신사업 부문 셋팅은 2023년 7월에 전기차 배터리(EV Cell) 사업본부를 신설한 뒤 2개월 뒤인 9월에 오산공장을 설립, 이듬해 1월엔 미국 법인(HYSONIC AMERICA INC.)을 설립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잠재 고객사 확보도 빠르게 이뤄졌다. 최근 800억원 규모 본 계약을 체결한 고객사와 ESS 프로젝트 공동추진을 위한 MOU를 맺은 시점이 미국 법인 설립 후 단 5개월 뒤다. 1차적으로 ESS용 캔-캡 어셈블리 프로토타입 샘플을 공급하고 품질 테스트를 거쳐 본 계약을 체결하겠단 일정이 변수 없이 그대로 지켜졌다.
신사업을 추진한 지 단 1~2년 만에 글로벌 톱티어 고객사 확보에 이어 대규모 공급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과정엔 새 최대주주의 전방위적 사업 추진 역량이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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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케이이엠텍은 신사업 분야에서 신규 수주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거래 정지 이력과 실적 악화 등으로 대외 신뢰도가 바닥을 치던 상황이었다. 기존 사업분야가 2차전지와 접점이 없었다는 점도 약점이었다.
케이이엠텍을 2차전지 산업으로 진입시켜 대진첨단소재와 밸류체인 결합 시너지를 내고자했던 유 대표는 회사 정상화 의지를 시장과 고객사들에게 주지시키는 작업에 집중했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대진첨단소재와의 시너지 가능성을 어필하면서 신뢰도 회복에 총력을 기울였다. 2차전지 영업통으로 알려진 삼성SDI 출신 경영자를 영입한 것도 주효했다.
유 대표는 동일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사가 미국에서 별도로 추진하는 ESS 프로젝트의 총 사업 규모는 5년간 6000억원 수준이다. 고객사의 유럽 진출 과정에도 케이이엠텍이 합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젝트의 추가 계약에 대해선 최근 ‘RFQ(견적 요청서)’ 발송을 준비 중인 단계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에 따른 여파도 케이이엠텍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고객사 측이 미국 프로젝트에 대해선 철저히 현지화된 업체와만 협업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중국 소재 기업은 공급망에서 전년 배제된다는 의미다. 케이이엠텍은 현재 설립 중인 미국 공장에서 공급 물량을 대응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현지 업체로 취급된다. 5년간 수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고객사의 미국 ESS 프로젝트를 선점할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 대표는 “북미 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 대해서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고 ESS 뿐만 아니라 전기차용 각형, 원형 등 배터리 폼팩터 전반으로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도 있다”면서 “고객사 입장에서 북미에서 협력업체를 찾는다면 사실상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