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에만 750개사 주총 집중…분산 자율 프로그램 7년째에도 주총 쏠림 여전

하루에만 750개의 국내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여는 '슈퍼 주총데이'가 올해도 반복된다. 촉박한 공시에 결산 보고서나 안건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주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의결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주주총회가 예정된 2497개사 중 1590개사(64%)가 다음주에 주총을 연다. 오는 26일에만 750개사(30%), 27일에 460개사(18%)가 몰려있다. 특히 오는 26일에는 5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SK(330,500원 ▼500 -0.15%), 현대차(506,000원 ▼11,000 -2.13%)와 현대건설(159,600원 ▼4,800 -2.92%) 등을 비롯한 현대 계열사,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KB금융(149,300원 ▲400 +0.27%) 등 굵직한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주총이 특정 날짜에 겹치는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는 오래된 고질병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2024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2440개사 중 1627개(66.7%)의 정기 주총 날짜가 겹쳤다. 특히 3월 26일 544개사, 28일 571개사, 31일 512개사 등 사흘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주총 쏠림의 원인으로 기업 편의주의를 꼽는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주총을 열 때 주주 친화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를 1순위로 두기 때문"이라며 "주총 날짜를 바꾸면 결산일을 바꾸거나 공시할 보고서들을 빨리 처리해야 하는 등 실무적으로 번거롭고 대주주들은 내부 상황이 대중과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수백개의 기업이 하루에 주총을 열면 투자자들은 참여 자체가 어렵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은 보통 여러 회사에 투자하기 때문에 주총이 하루에 집중되면 관심이 분산된다"며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수백개에 달하는 기업들의 안건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와 함께 2018년부터 '주주총회 분산 자율 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20년 상법 개정을 통해 4월 중에도 주총을 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프로그램 참여기업 중 집중 예상일을 피해 주총을 개최한 상장회사는 957개사(39.3%)에 그쳤다.
주총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고 숙지할 시간도 부족하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일반주주 권익 강화를 위한 상장회사 주주총회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사전통지 기간이 22일 이상인 국가는 39%, 15~21일이 51%, 15일 미만은 한국을 포함해 10%(5개국)에 불과하다.
독자들의 PICK!
황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주주총회 소집통지 시기에 맞춰 최소한 주주총회 2주 전에는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가 제출되도록 상법과 외부감사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회사법을 개정한 일본 사례처럼 서면으로 발송하는 소집통지는 2주 전에 하더라도 전자공시는 3주 전에 하도록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주총 쏠림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전자주주총회가 꼽힌다. 1차 상법 개정을 통해 전자주주총회가 의무화돼 다음해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GS리테일(19,020원 ▲60 +0.32%)·현대백화점(86,100원 ▲1,600 +1.89%) 등이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 안건을 상정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전자주총이 도입되면 집에서도 표결할 수 있어 소액주주의 참여 기반이 마련되고 주총 분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