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당국의 제도개선에도…신평사 '뒷북평가' 제재 한계

10년 전 당국의 제도개선에도…신평사 '뒷북평가' 제재 한계

방윤영 기자
2026.05.03 13:51
제이알글로벌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제이알글로벌리츠) 신용등급 추이/그래픽=김현정
제이알글로벌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제이알글로벌리츠) 신용등급 추이/그래픽=김현정

제이알글로벌리츠(1,182원 0%)의 기업회생을 계기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뒷북 평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이 10년 전 제도개선에 나섰으나 신평사의 늑장 대응 문제는 반복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평사의 뒷북 평가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다. 평가에 대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신평사의 특성상 평가 시기와 평가 결과에 대해 간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신평사의 신용평가 방법론에 따라 평가했는지, 등급 산정 과정에서 불공정행위가 있었는지 등 법적 위반 사항에 대해서만 지적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때 신용등급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회적 비판은 가능하지만 법적 위반 여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제이알글로벌리츠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기 하루 전까지도 신용등급을 투자격적 등급으로 유지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회사가 주기적으로 자산가치 하락을 밝힌 점, 지난달 14일 벨기에 자산 담보대출 약정상 캐시트랩(현금유보) 사유 발생 가능성을 공시한 점, 올초 유상증자 철회로 투자자 민원이 빗발친 점 등을 보면 재무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에서도 신용평가사가 회사의 영업·현금상황을 고려하면 미리 신용등급을 낮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금융감독원이 신용평가사 2곳에 대해 검사했다. 하지만 결국 경영유의사항 통보에 그쳤다. 경영유의사항은 행정지도의 성격으로 제재에 속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동양사태 등을 시작으로 신평사가 기업에 대한 사전경보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2016년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기업의 독자적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자체신용도 제도 도입과 함께 등급 담합·평가관련 재산상 이익 교환 등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인가취소 제재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평가관련 내부심의절차, 내부통제 정책 등을 담은 투명성보고서 제출 의무화와 신용평가 비교·공시 확대 등도 마련했다.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고 신평사 감시 기능을 강화해 시장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목표였다.

다만 당시 거론됐던 제4 신평사 추진은 무산됐다. 국내 신용평가 업계의 3사 독과점 체제 역시 신평사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제4 신평사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금융당국은 오히려 과당 경쟁으로 등급장사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법적 제재로 접근하기 보다는 시장의 사정기능이 작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재 이슈로만 접근하면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점체재로 시장 평가에 따라 도태되는 등 자정기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 등을 고려해 제4 신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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