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코스닥, 막힌 혈 뚫어야 산다]③외국인은 모르는 세계 2위 기술주 시장

코스닥 시장은 그 규모만 놓고 보면 세계 주요 기술주 시장에서 2위 규모를 가진 큰 시장이다. 시가총액이나 상장사 수도 나스닥 다음가는 위치다. 그러나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코스닥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시장 신뢰도가 낮은 데다가 대규모 자금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가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은 구조 때문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기준 코스닥 시가총액은 513조9436억원으로 전 세계 주요 기술주 중심 시장 가운데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은 단연 미국 나스닥이다. 나스닥 시가총액은 29일(현지 시각) 기준으로 약 48조5000억달러(약 7경5150조원)이다. 코스닥보다 약 146배 크다.
2위인 코스닥과 3위인 TSE(도쿄증권거래소) growth market(그로스마켓) 규모 차도 5배 이상 난다. 일본 TSE 그로스마켓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9조8905억엔(약 94조4500억원)이다. 4위는 영국의 AIM(대체투자시장)은 지난 29일(현지 시각) 기준 421억7400만파운드(약 86조2458억원), 5위는 중국 HKEX(홍콩거래소) GEM(성장기업시장)은 지난 5월말 기준 769억8900만홍콩달러(약 13조2980억원)이다.
상장사 수에서는 더욱 존재감이 컸다. 나스닥 상장기업 수는 3405개, 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1816개, TSE 그로스마켓은 597개, AIM은 539개, HKEX GEM은 307개다. 코스닥이 나스닥을 제외한 다른 주요 기술 시장보다 3배 이상 많은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코스닥 시장의 인지도는 높지 않다. 영문공시가 의무화돼 있지 않아 투자정보를 찾기 어렵고, 증권사 리포트도 코스피 상장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자산운용사에서 ETF를 개발하는 A씨는 "코스피의 경우 투자자들의 인지도도 높고, 상장된 기업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 관련 상품을 개발하기 쉬운데, 코스닥은 시장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교육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현지에서 코스닥 관련 투자 수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1월2일~6월30일)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는 5조9364억원으로 2조458억 순매도였던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개선됐지만,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주로 잘 알려진 종목이거나 코스닥 글로벌 지수에 포함돼 영문 공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업에 집중돼 있다.
규모가 작거나 한계기업의 비중이 큰 것도 문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한계기업 비중은 32.6%로 코스피(16.7%)의 두 배에 달한다. 나스닥과 시가총액은 150배 가까이 차이 나는데, 상장 기업수는 약 1.8배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자할만한 건실한 기업 수가 적다는 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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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차장은 지난 15일 '큰 한계기업, 작은 피해기업: 행정 전수 자료를 활용한 혼잡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높아질수록 같은 산업 내 정상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코스닥 상장사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에 높은 부실기업 비중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업계와 코스닥 상장사들이 적극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대한 정보 제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문공시뿐만 아니라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을 통한 기업 리포트가 확대돼야 다양한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코스닥 기업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고 이를 장기 투자로 연결하는 시장의 중개 기능이 보완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며 "미국 중소형 IB(투자은행) 산업 전문 리서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종목을 소개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중소형 증권사의 리서치 역량과 투자자 연결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기술주 중심의 성장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코스닥 시장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하는 코스피 시장보다 금융투자업계의 정보 전달 역할을 더욱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기술 특례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재무성과보다 기술력과 연구개발 투자에 기반한 성장기업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단순 재무제표만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워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정성적 판단이 보다 중요하다"며 "기업의 사업 모델, 기술 경쟁력, 산업 내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로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코스닥 시장에 장기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장 중개 기능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