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돈맥경화, 기업들 곡소리 난다]② 기업들은 운신의 폭 좁아져…"경영 불확실성↑"

자금조달 난이도를 둘러싼 산업계 하소연의 뒤편엔 최근 급증세에 접어든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가 있다. 일반주주들은 환영하는 반면 운신의 폭이 좁아진 기업들은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우려를 표명한다.
7일 머니투데이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제출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올해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는 이날까지 66건으로 나타났다. 8개월 만에 지난해(43건)와 2024년(56건)의 연간 건수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기업별로 보면 연달아 정정요구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한울반도체(11,390원 ▼210 -1.81%)와 상지건설(6,010원 ▲10 +0.17%)은 4차례, 에이전트AI(4,425원 ▲30 +0.68%)·휴림에이텍(3,560원 ▲145 +4.25%)은 3차례 퇴짜를 맞았다.
당국의 정정요구는 증권신고서의 효력을 정지하는 효과를 낸다. 상장사는 주가 급등락 부담을 안게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 현장에선 금감원이 정식 요구에 돌입하기에 앞서 실무적 협의를 거치거나 '암묵적 제스처'를 감지하고 신고서를 정정한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정요구가 나타나는 범위는 전통적 갈등사안인 유상증자에서 합병·분할로 확산하는 추세다. 포괄적 주식교환에 대해 정정요구를 받은 상장사는 지난해 전무했지만, 올 들어선 4곳(현대지에프홀딩스·이마트·넷마블·우리금융지주)으로 증가했다.
송곳 심사가 급증한 배경엔 지난해 단행된 상법 개정이 자리한다. 기존 '회사의 이익'에 한정됐던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회사와 주주의 이익'으로 넓어지면서 당국의 재량권 역시 강화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반주주 권익보호에 초점을 둔 자본시장 운영기조에 맞추다 보니 정무적 판단이 녹아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통상 금감원은 개별 정정요구에 대해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다.
심사기조 변화를 둘러싼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유증 등 단기 악재에 민감한 일반주주 측에선 당국의 잣대가 엄밀해지면서 주주권익이 증진됐다고 호평하지만 대주주와 기업 측에선 유증에 따른 자금조달이나 기업 합병·분할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급감했다며 불안을 호소한다. 당국의 제동으로 경영문제가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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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정요구를 한 차례 받으면 일정이 최소 수주 지연되기 마련인데 차입금 상환이나 운영자금 마련이 시급해 유증을 시도하던 기업의 경우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며 "신고서 정정에 따른 자금 공백을 추가 단기차입 등으로 해결하더라도 중장기 재무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시 안팎에선 정정요구의 주된 발단인 유증에 대해 경영상황·지배구조별로 심사기준을 세분화·명확화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 주주·기업간 갈등을 완화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에선 유증 유형별로 주가 변동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추세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주배정·일반공모 방식 유증은 외부자금 조달 필요성과 주가 고평가 신호로 인식돼 단기적으로 부정적 시장반응이 나타나는 반면 제3자배정 유증은 전략적투자자의 참여와 기업가치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며 "2020~2022년 유증 상장사의 공시 후 누적초과수익률(CAR)을 살펴보면 발행 방식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확인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