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깜깜이' 사모투자 17조원…1년새 30% 늘었다

국민연금 '깜깜이' 사모투자 17조원…1년새 30% 늘었다

김지훈 기자
2026.09.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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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사모투자 잔액과 비공개 펀드 현황/그래픽=이지혜
국민연금 사모투자 잔액과 비공개 펀드 현황/그래픽=이지혜

국민연금이 사모투자 공시에서 운용사가 공개에 동의하지 않아 펀드명을 비공개한 사례가 지난해 17조원(규모 기준)으로 전년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투자정보가 민감하단 이유로 익명처리된 사례는 6조원으로, 이름을 숨긴 사모펀드 투자액 전체 규모는 23조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의 정보공개 수위는 국내주식 비중 상향 회의록 비공개 등 비공개 확대 행보를 계기로 주목받아왔던 분야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공시한 지난해 말 기준 사모투자 종목·펀드별 투자 현황에서 사모투자 잔액은 71조80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새 9.5%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펀드명이 비공개 또는 익명 처리된 항목은 23조7468억원으로 금액 기준 33.1%를 차지했다. 비공개 비중은 1년 새 3.5%포인트 높아졌다. 비공개 사유 가운데 운용사 비동의는 17조2013억원으로 29.5% 늘었다. 이와 별개로 펀드명에 민감한 투자정보가 반영됐다는 이유로 비공개한 펀드 규모는 6조5455억원으로 6.8%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경영권 인수형 사모펀드 신규 투자를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 이후 중단했지만 기존 출자 약정한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자본 납입 요청을 받고 자금을 집행해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투자잔액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4개를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잔액 1위는 명칭이 사모1로 익명 처리됐고 9870억원이었으며 3위는 사모2로 8936억원이었다. 4위 사모3은 8073억원이었다. 5위는 OOO노스아메리카펀드XIII로 7416억원이었다.

2위는 펀드명이 공개된 미국계 칼라일스핀네이커파트너스로 9098억원이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운용사에서 비동의하거나, 투자 건이 국민연금과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운용사가 함께 들어가 있는 경우 공개가 계약 위반 소지가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은경(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 2026년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07.02.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은경(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 2026년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07.02. [email protected] /사진=조수정

국민연금 기금의 공시 의무는 국민연금법에 규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공개 대상과 방법은 기금운용위원회가 기금운용지침으로 정하는 구조다.

반면 미국에서는 노후자산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조치들이 보다 강도 높게 이뤄진 상태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법에 따라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 등이 사모펀드명, 약정액, 납입액, 분배액, 잔존가치, 내부수익률, 투자배수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플로리다와 워싱턴주 등 다른 주 공적 연기금들도 같은 항목을 공개 중이다.

명칭이 공개된 펀드 가운데 단일 펀드 기준 가장 규모가 큰 한국계 사모펀드는 MBK파트너스5호의2로 5036억원이었고 전체 순위는 16위였다. 2위는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 제2호(3921억원·36위), 3위는 IMM로즈골드4(2288억원·103위)였다. 공개된 범위를 기준으로 지난해 MBK 계열 펀드들에 대한 투자잔액은 총 5363억원으로 1년 새 47.6% 감소했다. 스틱 계열은 7265억원으로 5.5% 감소했고 IMM 계열은 5444억원으로 8.3% 줄었다. 이 같은 변동에는 기존 투자금 회수와 추가 자금 집행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수 규모와 손익 등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 정보공개 범위 논쟁은 국민연금이 지난 1월 국내주식 비중 확대 결정이 담긴 회의록을 2030년까지 비공개하기로 하면서 격화했다.

국민연금은 5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높이면서 한시적으로 확대한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 역시 비공개 처리했다. 금융시장 안정 등이 이유로 제시됐지만 국민 노후자산이 감시 사각에 놓였다는 반론도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 측은 사모펀드 정보공개에 대해서는 해외 연기금 가운데도 계약 조항 등을 근거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국내 사모위탁운용사 선정 시 사회적 기준이나 규범에 부합하는 투자대상 선택 여부, 투자대상의 질적·양적 기업가치 제고와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 등 펀드 운용 과정에서 수익의 질을 평가할 수 있도록 지난해 7월 신규 평가항목을 도입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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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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