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티로보틱스(13,030원 ▲20 +0.15%)가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자동화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현지에서 레퍼런스를 쌓아둔 가운데 북미 생산거점 전환 과정에서도 기회가 열렸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회사의 입지가 한층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내 배터리 3사 생산체계 재편, 로봇 수요 변화 주목
티로보틱스가 미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현지 생산라인 재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북미 배터리 공장 납품 이력을 확보한 SK온은 물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기존 전기차(EV) 중심 생산설비를 ESS용으로 빠르게 재배치하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미국 미시간 홀랜드·랜싱과 테네시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혼다 합작공장, 캐나다 윈저 등 북미 ESS 생산거점을 5곳으로 늘렸다. 올해 말까지 북미 ESS 생산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테네시 공장에는 약 7000만달러를 투입해 기존 EV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LFP 라인으로 전환했고 올해 2분기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SDI와 SK온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의 EV 생산라인 상당 부분을 ESS용으로 전환해 올해 말 미국 ESS 생산능력을 30GWh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SK온 역시 연 22GWh 규모의 조지아 공장 일부를 ESS용 LFP 생산라인으로 바꾸고 미국 현지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생산라인 전환 과정에서 자동화 설비의 개조·증설 수요가 함께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EV 배터리 공장도 전극과 조립, 활성화, 검사, 물류 등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돼 있다.
다만 ESS용 배터리로 생산품목이 바뀌면 셀 규격과 적재 단위, 모듈·팩 구성 등이 달라지는 만큼 공정 사이에서 배터리와 자재를 옮기는 방식도 다시 맞춰야 한다. 기존 무인운반차(AGV)·자율이동로봇(AMR)의 적재부를 개조하거나 운행 경로와 대수를 조정하고 자동창고·컨베이어·생산설비 사이의 연동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작업도 뒤따를 수 있다. 배터리 3사의 생산라인 재편이 확대될수록 공정·물류 자동화 업체의 추가 수주 기회도 커질 수 있는 배경이다.
독자들의 PICK!
◇북미 레퍼런스, 현지 규제에 반사이익 가능성
티로보틱스 역시 이미 북미 배터리 생산현장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다. 2023년 SK온·포드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 공장에 AMR을 공급하며 현지 공급 이력을 쌓았다.
이후 포드 ESS 프로젝트로 수주가 이어졌다. 최근 약 150억원 규모의 AMR을 수주한 데 이어 36억원 규모의 생산공정 자동화 시스템까지 추가로 따냈다. 이에 따라 포드 ESS 관련 누적 수주액은 약 190억원으로 늘었다. 기존 북미 배터리 공장 레퍼런스가 후속 ESS 프로젝트 수주로 연결되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수주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AMR 공급이 중심이었다면 최근 계약에는 자동화 설비뿐 아니라 설치와 시운전, 제어시스템 개발·통합 등이 포함됐다. 단순 물류로봇 공급에서 생산공정 전반을 아우르는 자동화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포드가 한 차례 발주에 그치지 않고 후속 발주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추가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 포드는 켄터키 공장을 ESS 생산거점으로 전환해 셀부터 모듈, ESS 시스템까지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포드에너지 역시 대규모 ESS 공급계약을 잇따라 확보하며 사업 확대에 나선 상태다. 생산시설 구축과 물량 확대가 이어질수록 공정·물류 자동화 설비에 대한 후속 투자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티로보틱스 입장에서는 기존 공급 영역을 넓히거나 추가 물량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
미국의 로봇 관련 규제 강화도 긍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7월 외국에서 생산된 첨단 로봇 장치를 'Covered List'에 추가한 바 있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 장비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려는 취지다.
자율주행·원격제어 기능을 갖춘 이동형 로봇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미국 진입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로봇·자동화 업체 입장에서는 관련 요건을 충족하고 현지 레퍼런스까지 확보할 경우 신규 진입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다만 규제 강화가 곧바로 국내 로봇업체의 수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산 장비 역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산 첨단장비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재편에 나설 경우 국내 업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규제 대응력과 현지 설치·유지보수, 생산시스템 연동 경험을 갖춘 업체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티로보틱스가 북미에서 확보한 레퍼런스도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터리 생산공장은 정밀성과 안전성이 중요하고 생산라인과 물류시스템, 제조실행시스템(MES) 등의 통합 경험도 요구된다. 실제 배터리 공장 적용 경험과 생산라인 연동, 현지 설치·시운전 능력 등을 확보한 업체가 신규 진입업체보다 유리할 수 있다.
티로보틱스 관계자는 "북미 배터리 생산현장에서 AMR과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공급하며 레퍼런스를 쌓아왔다"며 "ESS 생산 확대에 맞춰 기존 고객사의 후속 프로젝트뿐 아니라 신규 고객사 확보와 공급 영역 확대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