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유예' 국민청원 5만명 돌파
업계, 야당과 정책간담회 통해 유예 필요성 강조
세금 신고 복잡하고 어려워…"수많은 범법자 양산할 것"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업계와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진다. 매년 투자자가 스스로 종합소득세로 신고하는 구조로 복잡하고 어려워 수많은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국민청원은 5만명을 돌파했고 업계는 야당과 정책간담회를 갖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6일 인사청문회에서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시간을 상당히 미뤄 놓은 상황"이라며 "지금 출발하는 게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도 "조세 기본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2027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며 가상자산 과세 논란에 불을 지폈다.
가상자산은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과세 대상에 처음 포함됐으나 과세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여러 차례 연기된 끝에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이번 세제 개편안에 유예안이 담기지 않으면서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가 이뤄질 예정이다.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될 경우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로 연 25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면 소득의 22%(기타소득세 20%·지방소득세 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반발한다. 지난달 말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코인 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은 한 달도 안 돼 5만여명으로부터 동의를 얻었다. 투자자들은 "코인 과세를 2년 유예해 과세 인프라를 정립한 이후 제대로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오는 21일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를 개최해 가상자산 과세 준비 상황과 제도 개선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유예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유예된 금융투자소득세와의 형평성 논란, 과세 인프라 미비 등 수많은 비판 근거가 있지만 무엇보다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업계의 핵심 의견이다.
가상자산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투자자가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별도로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구조다. 업비트·빗썸 등과 같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할 경우에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으나 문제는 투자자들이 해외 여러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스스로 여러 거래소에 분산된 거래 정보를 수집하고 손익을 계산해 매번 신고해야 하는 구조다. 가상자산 주요 투자자층은 2030세대로 세금 신고나 납부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일일이 관련 자료를 취합·신고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많은 체납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만 이용한 투자자는 문제가 없겠지만 해외 여러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는 스스로 엑셀 파일을 만들어 거래 내역을 취합하고 소득을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굉장히 복잡하고 번거롭기 때문에 세금 신고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수많은 체납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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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국세청이 해외 주요 거래소 거래내역까지 모두 파악해야 납세자의 신고를 검증할 수 있을 텐데 아직 인프라도 미비한 상황"이라며 "사각지대가 생기면 국내·국외 거래소 이용자 간 납세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탈중앙화거래소(DEX)와 개인 지갑, 해외거래소는 거래내역과 실소유주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과세가 여러 차례 유예된 사이 정부가 과세체계 인프라나 제도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 역시 과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과세 분류부터 과세 기준, 인프라 구축, 디지털자산기본법과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 제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