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현장까지 몸소 챙겨..."무엇보다 경쟁력이 우선"
1999년 7월 어느 토요일.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에 소재한 비트컴퓨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전격 방문했던 것.
비트컴퓨터는 의료 SW를 개발, 판매해온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이다.
당시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덕구 산업자원부 장관, 이기호 경제수석을 대동한 김 전 대통령은 30여분간 이곳에서 기업현황과 보유기술에 대한 보고를 들으며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특히 이 회사가 개발한 성형외과 가상시술 시뮬레이터(PSs)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직원이 직접 김 대통령의 얼굴을 가상 시술한 모습을 보여주자 호탕하게 웃으며 "광대뼈가 나와있다보니 만화가들이 이를 강조하는 얼굴을 자주 그린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끝까지 벤처산업 지원과 육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선 현직 대통령이 중소 벤처기업을 직접 방문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로, 고령에도 불구하고 벤처산업 현장까지 몸소 챙기겠다는 김 전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일화다.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당시 회사를 방문했던 김 전대통령이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용기를 복돋아 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18일 향년 85세로 서거한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중소 벤처기업 육성이다.
IT 벤처기업인들은 당시 황무지와 다름없던 국내 벤처토양을 몸소 일궈낸 거목으로 지도자로 고 김대중 전대통령을 기리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IMF 외환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로 중 선진 산업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중소 벤처기업 육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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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벤처산업이 머니 게임장으로 일부 변질되는 등 후유증을 낳기도 했지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근간으로 작용했다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는 재임시절 벤처기업인들과도 자주 만나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벤처기업 지원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그들에게 '경쟁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2001년 청와대에서 개최된 '중소기업 벤처기업 대표 오찬'에서 김 전대통령은 "적당히 하는 기업은 경제에도, 국민에게도 부담을 준다"며 "무엇보다 국내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의 한 CEO는 "벤처사업 초기 새우잠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모든 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었던 게 그 분이 던져준 희망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며 김 전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