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료방송시장에 날아든 '통큰치킨'

[기고]유료방송시장에 날아든 '통큰치킨'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이사
2011.03.15 06:03

국내 유료방송시장에도 '통큰' 마케팅이 등장했다. 방송과 통신서비스를 묶은 결합상품을 파격적으로 할인하는 통큰 마케팅. 과연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이종상품의 결합할인은 당연한 사업전략이다. 또 통신요금 인하가 정부 물가대책의 단골메뉴로 등장함에 따라 통신3사의 결합할인은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제는 결합할인 자체가 아니라 마케팅 양상에 있다.

 

최근 한 통신사가 내놓은 결합상품에는 위성방송에 인터넷TV(IPTV), 초고속인터넷, 전화를 한데 묶어 파격 할인을 적용하고 각종 경품 및 현금을 지급하는 것도 모자라 아파트의 경우 내부 방송망까지 통신사 비용으로 보수해주는 사례도 있다. 물가잡기에 고심 중인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한 반가운 상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파격 할인이 정말 이로울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한다. '통큰치킨'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세간에는 대기업과 치킨업계의 이권다툼으로 비쳐졌지만 '통큰치킨' 논란의 본질은 치킨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통산업구조 재편에 놓여 있었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출시는 치킨사업에 뛰어들어 동네 치킨집과 경쟁하자는 것이 아니라 '통큰치킨'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해 다른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내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거시전략 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배력 확대가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득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 치킨을 싼 값에 먹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결합상품 사례도 마찬가지다. 그 목적이 방송상품의 출혈적 할인을 미끼로 한 통신산업에서의 지배력 확대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합할인 구조만 살펴보면 간단히 드러난다. 앞서 거론한 통신사의 결합상품을 보면 3년 약정가 기준으로 초고속인터넷은 23% 할인되는 반면 방송은 무려 60% 할인된다. 이는 통신사업자의 주력시장인 초고속인터넷에서 기존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 통신시장에 진입하는 방송사업자의 주력상품인 방송상품 가격을 과도하게 할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방송을 미끼상품화해 통신산업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파격 결합할인은 분명 당장에는 요금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기존 독과점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는데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눈여겨볼 점은 또 있다. 지배력 확대가 비단 기존 통신시장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방송시장으로 전이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통신산업 매출규모는 43조원, 10조원 남짓한 방송시장의 4배 이상에 달한다. 통신업계는 이 자금으로 신규서비스 투자보다 마케팅에 쏟아부어 출혈경쟁을 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고, 그 구체적 행위가 바로 파행적 결합할인이다.

 

이 때문에 유료방송업계는 가뜩이나 저가로 고착된 유료방송요금을 더욱 낮출 수밖에 없다. 이는 방송콘텐츠를 제작하는 PP들에 대한 수익 배분 축소로 이어진다. 그것이 PP들의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 위축을 가져오면서 볼거리 없는 유료방송으로 귀결됨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시청자 피해로 이어진다. 이는 유료방송업계 전체의 공멸을 의미한다. 통신사업자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손쉬운 방법의 선택이 미디어산업을 붕괴시키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할인을 빙자한 '지배력 확대 시도'는 재검토돼야 한다. 결합할인 자체는 보장하되 출혈경쟁을 통한 지배력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시장파괴적 할인판매보다 서비스경쟁 촉진으로 업계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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