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3년삼성전자(218,000원 ▲14,500 +7.13%)는 MS의 윈도모바일을 통합한 PDA폰인 미츠(MITs)를 내놨다. 이는 당시 IT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제한적이긴 했지만 데스크톱PC의 기능을 휴대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이동통신사의 견제에 밀려 사업을 확대하지 못한 것이다. 콘텐츠와 네트워크를 장악한 이통사로서는 매출확대에 걸림돌인 스마트폰을 좌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이 사업을 주도했던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03년 MS, 2006년에는 구글과 전략적 제휴까지 맺고 스마트폰 사업에 나섰지만 무산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만약 그때 사운을 결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섰다면 오늘날 IT업계의 지형도를 다시 그려야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애플은 2007년 초 아이폰을 내놓은데 이어 앱스토어까지 선보이며 모바일 시장에 대혁신을 일으켰다.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로 애플과 맞서며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애플과 구글의 파상공세 속에 국내 제조사들은 하청업체와 비슷한 종속구조에 빠져들었고 이통사는 마지못해 빗장을 열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시장을 내주고 있다.
두 회사의 아이디어가 애초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삼성이 가장 먼저 시도했음에도 성장시키지 못한 채 주도권만 빼았긴 것이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다. 인터넷전화, 와이브로, MP3,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 상용한 기술들은 사장 위기에 처했거나 외국회사들이 그 과실을 따가는 상황이 됐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물론 사정은 제각각이겠지만 당장 먹거리만 쫒는 우리 기업들의 조급증과 함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부족했기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한번 사업이 성공한 뒤에는 초기의 혁신성을 잊고 기존 비즈니스모델 지키기에만 안주하는 폐쇄적 문화도 자리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구글 쇼크는 여러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IT메가트랜드를 앞서 읽는 통찰력과 함께 혁신적 아이디어에서 좀 더 귀를 기울이는 개방성이 그것이다. 이참에 경직된 대기업식 문화도 탈색해 자유롭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밑으로부터 샘솟는 조직으로 체질개선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