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없이 작년한해 584만건 신상정보 내줘…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요구 잇따라
"지난 5년간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이 하루도 쉬지않고 매일 6만7400만명의 통신기록을 뒤지고 있다"-민주통합당 유승희 의원
"국민들의 통화기록과 인터넷기록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사당국에 의해 노출돼 국민들은 마치 사찰을 당하고 있는 느낌으로 불안해 하고 있다."-무소속 강동원 의원.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국회의원들의 지적이다. 수사기관들의 통신감시가 그만큼 만연돼 있음을 질타한 것이다.

◇"매일 수만건씩 통신기록 조회, 경찰국가냐"
강동원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통신사 및 인터넷기업에 요청한 통신사실확인 문서 요청건수만 93만5882건, 전화번호 9322만5959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 의원은 "매일 수만건씩 통화사실 및 인터넷 사용기록 등을 수사당국에 의해 조회하고 있는 것은 경찰국가에서나 있을법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용자 신상정보(통신자료)도 마찬가지다. 통신자료 요청건수는 2007년 432만개에서 2011년 584만개로 35%나 늘었다. 포털과 이통사들은 이를 반드시 따라야할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수사기관이 요청한 이들 자료를 대부분 해당 수사기관에 넘겨준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정보 보호방침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기준이 없을 뿐 아니라 '괴씸죄'를 우려한 탓도 크다.
통신자료는 이용자 성명, 주민번호, 주소, 가입 및 해지일시, 아이디 등 인적사항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서비스 융합 추세와 맞물려 이용자의 신원정보 자체가 중요한 개인정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또 이를 통해 범죄와 상관없이 당사자의 모든 정보가 검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통신자료도 통비법과 기준 같아야
이번 헌재 및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수사기관 및 포털, 통신사의 무차별적 신상정보 제공 남발 행위에 급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카카오톡 등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앞으로 '통신자료 요청'을 보이콧하기로 선언하면서 일선 기관들의 수사 활동에 적잖은 혼란과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선 통신자료 역시 영장주의 준하는 엄격한 집행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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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지방법원의 발부영장이 필요하지만,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당국 4급 이상 관련 공무원의 결제만 있으면 언제든 요청할 수 있다. 무차별적으로 수사기관들의 통신자료 요청이 남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수사기관의 통신자료를 요청하는 경우에도 지방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통신비밀보호법으로 함께 묶거나 영장주의 원칙에 의한 엄격한 적용 기준이 마련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욱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의 카카오톡은 아예 법에서 정한 절차도 필요 없다.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대형사고 때마다 수사기관은 카카오의 서버를 복구해 대화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사실 2009년 2010년에도 각각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으로 통합 개정하거나 영장주의에 준하는 요건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들이 발의됐으나, 국회통과가 보류돼 결국 폐기처분된 바 있다.
반면, 수사기관 일각에서는 이처럼 법이 개정되면 범죄수사를 위한 신속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명예훼손 등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영장발부가 사실상 어려워 자칫 이로 인한 범죄와 피해가 커지는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자료 통해 "현실적으로 신속한 범죄대응 등의 목적을 위해 통신자료 제공 제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요건을 현재보다 엄격하게 개정해 기본적인 이용자 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