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현실·냉혹한 검증잣대에 좌절감…일각에선 "이 정도에 사퇴카드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가와 업계에서는 그의 느닷없는 사퇴결정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 가뜩이나 김 후보자는 삼일절 연휴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광화문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해 청문 준비를 해왔던 터다. 그와 반달 가까이 동고동락했던 인사청문팀조차 기자회견 전까지 전혀 사태파악을 못했다. 심지어 그의 최측근 인사인 윤종록 전 인수위 전문위원과도 한마디 상의없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종훈 후보자가 사퇴의사 표명은 무엇보다 미래부 소관업무를 둘러싼 국회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국내 현실정치에 대해 강한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 반달 가까운 '유령부처' 장관 후보자 신세
지난달 25일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그가 맡게 될 미래부는 여전히 조직 실체가 없는 '유령 부처'로 남아 있다.
방송정책 이관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극한 대치 속에 정부조직법 국회처리가 늦어지면서 미래부 조직에 대한 직제개편조차 못했기 때문. 김 후보자는 이날 회견에서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대한 시점에서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정부조직 개편안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며 사퇴의사를 공식화했다.
실제 삼일절 연휴 내내 사무실로 출근한 김 후보자는 3일 정여야간 청와대 회동에 이어 심야 여야협상까지 결렬되면서 최종 사퇴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사청문팀 관계자는 "김종훈 후보자가 삼일절 연휴 내내 출근했던 것도 늦어도 일요일까지 여야간 협상 타결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휴일인 지난 1, 2일 광화문 사무실로 출근해 인사청문 준비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러나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그의 사무실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날 그는 혼자 사무실에서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협상이 청와대와 국회에서 숨가쁘게 전개돼다 결국 무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선 '국적논란' 'CIA 외부 자문위원 경력' 등 김 후보자 신상을 둘러싼 각종 의혹공세에 대한 압박감도 그가 사퇴 결심을 내린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미래부 장관 내정 직후 미국 국적 포기 의사까지 밝혔음에도 정치권, 언론의 '자격시비' 공세는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국내 부동산 투기 의혹'에 '서울 벨연구소의 저조한 연구실적' 논란 등으로 공세가 확대되면서 심적 부담을 느껴왔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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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 상황 각오 못했나" 비판도
그럼에도 김 후보자가 신상과 관련된 의혹 해명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해왔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결정적인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 1일 그의 사무실을 찾은 기자에게도 "구체적인 것은 청문회에서 얘기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핵심부처 장관으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이 '아이디어'보다는 정치권 및 정부 내부와의 소통과 협상력인데, 초기 상황이 어렵다고 사퇴카드부터 제시하는 것은 스스로 자격 없음을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런 견해는 김 내정자가 청문회를 견뎌낼 수 없는 신변의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그의 사퇴소식이 전해지자 미래부 관련부처 공무원들은 물론 ICT(정보통신기술)계는 '멘붕' 상태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글로벌 감각이 뛰어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해 누구보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데다, 그의 내각 입성 자체만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적잖은 상징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분이 중도 사퇴하게 돼 아쉬움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그와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윤종록 전 인수위 전문위원은 "유능한 교포 2~3세대들에게 우리나라가 어떻게 비쳐질 지 걱정"이라며 "글로벌 추세에 맞게 우리나라 국민들의 시각도 보다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