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규제법 신설 우려, 기존법으로 규제해야"

"포털 규제법 신설 우려, 기존법으로 규제해야"

이하늘 기자
2013.07.22 05:23

[인터뷰]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정당한 서비스경쟁 막아선 안돼"

"미국은 100년 가까이 경쟁법(공정거래법)이 판례 등을 통해 자리 잡았습니다. 그 결과 경쟁 사업자에게는 위해가 되지만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정당한 방법을 통한 시장지배력 획득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최근 '소비자 중심 포털 규제정책' 강연에서 네이버 규제 논란을 경쟁법을 통해 풀이한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일침이다.

이 교수는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정당한 방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더 큰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지탄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지배력을 부당하게 남용하는 것은 규제대상이 돼야 한다"며 "경쟁사업자에게 위해가 되지만 '정당한 경쟁의 수단인 행위'와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경쟁사업자에게 위해를 끼치는 행위'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불공정 사례로 이 교수는 △효율성 증대효과가 수반되지 않는 끼워팔기 △배타적 계약 체결 등을 통한 경쟁사업자 배제 △개방성을 표명, 콘텐츠생산자를 자사 플랫폼에 유치해 시장 지배력을 획득한 후 개방성 약속을 어기고 생산자에세 불이익을 끼치는 행위 △ 광고와 자연검색 결과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소비자를 오도하는 검색엔진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네이버의 웹툰·오픈마켓·부동산·광고료 등 부가서비스는 경쟁법상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서비스 확장을 통한 정당한 경쟁"이라며 "해외 다른 포털 도 다양한 카테고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대기업의 벤처기업 '베끼기' 등 부당한 행위를 막아야한다면 민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증거개시'(Discovery)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베끼면 바로 소송에 들어간다"며 "해당 소송에 근거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피고회사에게 관련 자료를 모두 원고에게 제출하도록 명령하는 증거개시 절차가 있다"고 전했다. 명령이 떨어지면 피고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전적 비용이 들고 회사 중역들의 선서증언 준비에 역량이 분산되기 때문에 대부분 합의에 들어간다.

그는 또 "야후나 구글이 거금을 들여 인수하는 회사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고유기술을 보유했다"며 "국내 벤처기업이 이 정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공정위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에 따른 대형포털의 불공정한 지배력을 제제해야 한다"며 "공정위의 활동이 미진하면 결국 포털에 대한 별도 규제법안을 통해 영향력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개별적인 포털규제법안은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정치권의 이해득실이 실타래처럼 얽혀서 제대로 된 법안이 나오기 어렵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부작용 사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웹툰 등 포털의 다양한 사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내용이 담기면 치명적"이라며 "이는 경쟁법에도 맞지 않고 혁신경쟁을 침해해 소비자 편익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형 포털사의 손발을 묶는다고 해당 시장이 신생벤처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며 "싸이월드가 무너진 국내 SNS 시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점령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교수는 네이버의 서비스 가운데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네이버는 검색결과에 광고 구분이 없는데다 화면 상단이 광고로 가득한 경우도 많다"며 "화면을 좌우로 나눠 광고와 자연검색 결과를 이용자가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색결과에 경쟁사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규제 대상"이라며 "다만 이 경우 악의적 배제 여부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포털도 이미 언론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쟁법과 별개로 이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있어야 한다"며 "최근 뉴스편집 및 배치에 대한 논란 역시 네이버가 언론이라는 증거"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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