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쏙된장국과 애호박달전, '집'

집이 있습니까? 일마치고 돌아가면 몸과 마음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습니까? 고단하지만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꽃이라도 한 다발 사서 들어가고 싶은, 그런 집이 있습니까? 먼저 들어와서 더 늦게 귀가하는 이를 위해 꽃보다 환한 등불을 켜놓고 몇 번이고 국을 덥히는 사람이 있는, 그런 집이 있습니까?
때가 되면 모여든다고 ‘집集’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결혼하고 애들 낳고 명색이 일가를 이루고서 온 식구들이 저녁밥상에 둘러앉은 적이 있었던가? 아,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그런 저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 때 한 예비후보가 내건 “저녁이 있는 삶”이 오히려 매우 현실적인 구호로 다가온 것도 이런 까닭에서였겠지요.
저녁이 없어졌다는 말은 가족의 일상이 사라졌다는 뜻이고, 가족의 일상이 사라졌다는 말은 곧 가족공동체가 무너졌다는 의미일 텐데요. 내가 이렇듯 혼자 먹는 ‘저녁밥상’을 극진히 차리는 것도 저녁이 되면 두레밥상에 둘러앉아 한 식구임을 확인하던, 그런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일인 걸요.
두레판 가운데는 된장국 뚝배기가 우물처럼 놓여 있고, 그 위로 애호박 같은 달이라도 하나 돋았으면 하는 저녁, 쏙이 “쏙쏙” 나오고 있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