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망중립성과 망공정성

[시평]망중립성과 망공정성

신동희 기자
2013.10.15 05:40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망 고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먼저 해결돼야 할 중요한 문제가 망중립성이다. 망중립성은 인터넷망에서 모든 콘텐츠가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하며 부당한 차별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원리이다. 이론적으로는 간단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이슈이며 현실적으로 그 적용에 어려움이 크다.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불과 몇년사이 카카오톡, 모바일 인터넷전화, 스마트TV 등 망중립성을 둘러싼 적지 않은 갈등이 지속됐다. 인터넷 시장 가입자 포화로 인해 통신사업자, 플랫폼사업자, 콘텐츠사업자, 기기제조사 등의 관계가 상호 보완에서 갈등관계로 치닫고 있다. 또한 이 논란의 핵심이자 망중립성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이용자 그룹의 주권도 다른 사업자의 이해와 충돌하며 갈등하고 있다.

통신사는 콘텐츠사업자들이 수익만 가져가는 프리라이딩(Free riding)이 돼선 안되고 망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카오 같은 콘텐츠나 서비스 사업자는 망 통제가 혁신과 프라이버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용자는 통신사나 케이블 사업자들이 소비자가 이용하는 인터넷 콘텐츠의 내용을 감시할 권한이 없으며, 인터넷 접속에 빈부 격차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각 입장마다 정당한 논리와 충분한 이유가 있다. 망중립성을 강제하면 통신사의 망인프라에 대한 설비투자 의욕을 줄여 망고도화가 더디게 될 우려가 있다. 반면 과도한 망통제가 혁신적 서비스나 창의적 콘텐츠가 통신사에 의해 부당하게 차별당할 수도 있다. 모든 이용자가 인터넷이용에 대한 본질적 권리가 있다는 인권적 입장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거듭된 논란에서 중요한 점은 국내에서는 망중립성에 대한 개념적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논의를 해나갈수록 각각의 입장이 더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는 점이다. 개념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입장만 주장하니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마치 커다란 코끼리의 다른 일부분들에 집착해 전체 큰 그림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망중립성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법학계에서 만들어진 용어이고, 다분히 미국적 규제와 시장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의 논란은 망중립성이라는 개념보다 망공정성(Network Fairness) 개념이 더 적합하다. 즉 망을 개방하느냐, 통제하느냐의 이분법적 논란과 그에 관한 강제적 규제가 아닌 합리적인 망운영과 분배에 관한 공정한 사용과 그 사회적 합의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에 대한 강한 영향력으로 미국식 망중립성 개념이 보편적 모델로 오해되지만, 이것이 글로벌 표준이나 공식용어가 아니다. 각 나라가 처한 시장환경, 규제환경, 정치적 경제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보편적인 망중립성이라는 것은 없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외국 사례를 무분별하게 인용해 각자의 논리를 펴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재 국내의 망중립성 논의가 진보-보수, 대기업-중소기업 등 단순한 이분법적 논리나 정치적 가치에 빠져있는 것은 안타깝다.

망 중립성의 문제는 단순히 카카오톡이나, 보이스톡을 쓰고 못쓰고를 넘어 사용자의 콘텐츠 접근에 대한 권리문제, 통신사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문제, 콘텐츠 제작자의 창작과 서비스의 자유 그리고 각 구성원의 조화를 통해 구현될 국가 경쟁력 등 훨씬 복잡하고 방대한 문제를 배경으로 한다.

망중립성 원칙은 하나의 고정된 개념이 아닌, 인터넷 발전에 따라 진화하는 패러다임이고 각 나라, 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가변적 모델이다.

망중립성의 공정한 적용은 안정적 선순환 구조의 스마트 생태계 구성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스마트 생태계의 구성원인 콘텐츠 사업자, 망 사업자, 이용자 모두가 상호의존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망중립성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수립됐지만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고 세부원칙이 미비해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법적 규제와 명문화된 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마트 생태계에서 공생발전을 위한 공감대 형성과 이해 당사자간 사회적 합의다. 그것이 불필요한 논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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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기자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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