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8>러시아 베슬란 학생들의 참사를 돌이키며 한국정부 대응을 본다
'세월호 참사' 사건으로 인해 전 국민 모두 정신이 붕괴된 상태다. 필자도 이 글을 쓰기 전 먼저 고개를 숙이고 하늘나라로 간 분들과 어린 꽃들의 넋을 묵념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러나 세상은 참혹하리만큼 이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전 인류의 공통가치, 미성년자는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인류정신이다. 그런데, 이 이념은 한낱 허울 좋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일까 싶게 미성년자들에게 닥쳐온 불행한 사건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특히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들은 이 세상에 눈감고 귀 막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도 이번 세월호 사건을 접하면서 가슴이 미어져 내렸다. 순간순간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흘렀다. 바다 속에서 부대꼈을 아이들의 극심한 고통, 그리고 마지막 숨을 거두었을 상황이 어른거려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눈앞에 서서 어찌할 수 없는 부모 친척들은 심정은 어찌했을까, 이것은 그 어떤 말로도, 그 무엇으로도 표현조차 할 수 없다.
필자가 모스크바에 살았을 때, 아마 2004년이라고 기억된다. 내 나라가 아닌데도 가슴이 벌렁벌렁한 사건이, 그것도 러시아 전 학교가 개학하는 9월 첫 날에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잊혀지지 않는다. 그 뉴스를 보면서 그 때도 얼마나 가슴이 무너져 내렸던가! 무슨 세계 대전이 일어난 것 같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러시아의 아주 작은 북오세티아 공화국의 작은 도시 베슬란의 한 쉬꼴라(우리나라의 초중고)에서 일어난 학생 인질사건이었다. 9월 1일 개학식이 열리는 베슬란의 쉬꼴라에 정체불명의 복면 무장괴한들이 진입하면서 쉬꼴라를 장악하고 전교생을 인질로 잡고 폭음과 총탄을 쏘아올렸다.
러시아에서도 9월 1일은 온 국민이 설레는 날이다. 집집마다 아이들이 있으니까 학교가 개학하면 가장 깨끗하고 좋은 옷을 잘 다려입고 예쁜 꽃을 들고 부모님과 다정하게 학교로 간다. 이리 좋은 날, 이런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진 사실에 전 러시아 국민이 경악에 빠진 건 너무 당연했다.
자살폭탄 벨트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진 인질범들이 학교에 진입한 직후 학생 50여명이 극적으로 탈출하고 인질범들이 학생 15명을 석방하기도 했지만 교내에는 아직도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800-1000명 정도로 추산)들의 인질 살해 위협이 계속됐다.
독자들의 PICK!
이 날 휴가 중이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사건발생 직후 1일 낮 급거 모스크바로 돌아와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러시아 정부는 그날 밤 즉시 인질범들이 중재인으로 요구한 소아과 의사 레오니드 로샬을 현장으로 급파, 인질범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인질사건 이틀째인 2일에는 러시아 정부가 즉각적인 무력사용 가능성을 배제하고 푸틴 대통령이 인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발표, 같은 날 오후에는 억류 중이던 인질 일부가 추가 석방됐다. 이렇게 협상이 계속되고 혹시나 하는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일었으나 인질 추가석방에 앞서 두 차례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자 다시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날, 인질범 가운데 여성 2명이 1일 인질들과 함께 자폭, 20여명이 사망 했다는 언론의 보도로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인질범들이 학생을 추가 석방한 것은 음식물이 부족한 상황이라 연약한 학생들을 조금씩 풀어주면서 협상을 장기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그리고 사건 사흘 마지막 날, 3일 오전은 별다른 사고 없이 지나가 인질극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 되었다. 그러나 오후 1시 학교 주변에서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격렬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고 곧바로 3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건물에서 뛰쳐나오자 러시아의 중무장한 특수부대 병사 100여명이 학교건물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목격됐다.
무장괴한들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탈출을 시도하자 총격을 가하고 정부 특수부대원들이 응사하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 한동안 계속됐으나 마침내 특수부대가 학교를 장악, 인질로 잡혀있는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했다.
그러나 52시간 전 세계와 러시아 국민을 급박하고 전율케 했던 이 인질극은 결국 500여명이 훨씬 넘는 사상자를 냈고 축구장만한 공동묘지를 만들어 그들의 시신을 안치했다. 그곳에 어린 넋을 기리는 사람들이 꽃을 들고 찾아오는 행렬이 오랫동안 줄을 이었다.
이번 세월호 뉴스를 보면서 한국과 러시아 정부의 대응하는 모습과 국민들이 가지는 참담한 마음들이 오버 랩 되어 눈을 감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