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출고가 내리면 '호갱님' 사라질까

[기자수첩]출고가 내리면 '호갱님' 사라질까

이학렬 기자
2014.05.15 05:15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지금 스마트폰을 사는 게 좋을까요? 이동통신사들이 영업재개한 다음에 사는 게 좋을까요?"다.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재개후 예상은 이렇다. 이동통신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다가 결국 도를 넘어 보조금 시장이 '과열'될 것이다. 상대방을 헐뜯는 내용이 오가면서 '5·23 대란'을 예상하는 보도도 나올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조금 시장이 과열됐다고 이동통신사에 엄포를 놓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 다시 시장은 과열된다. 자신이 지켜야할 혹은 목표로 하는 시장점유율 때문에 '과열→정부 조사→과열'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어렵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해법으로 스마트폰 출고가격 인하가 꼽히고 있다. 50만원의 보조금을 투입하는 대신 출고가격을 25만원 내리고 보조금을 25만원을 쓰는 방식이다.

적어도 모든 소비자가 25만원의 혜택을 얻으니 좋은 현상이다. 정부도 반기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호갱님'이 사라지진 않는다. 여전히 27만원의 보조금은 시시때때로 지급될 수 있어 누구는 한 푼도 못받고 누구는 27만원을 받을 수 있어서다. 차별 정도가 줄어들 뿐이다.

게다가 단말기만 사고 싶다고 25만원 내린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입할 수도 없다. 출고가격 25만원 인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해서다.

실제로 KT는 최근 '아이폰' 가격을 내려 팔고 있지만 애플코리아가 운영하는 온라인 스토어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 가격은 그대로다.

출고가 인하를 순수하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최근 이동통신사의 출고가 인하는 더 많은 가입자를 빼앗기 위한 또 다른 보조금일 뿐이다.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유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이동통신사, 제조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의견수렴을 거쳐 시행령 등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어렵게 법 통과가 이뤄진 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호갱님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최근 출시된 '엑스페리아 Z2' 유통방식이 논의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Z2는 자급제폰이나 KT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단유법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단말기 시장과 서비스 시장이 분리된 모습과 가장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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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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