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기술박람회장 가보니…지방中企에겐 '그림의 떡'

광주 기술박람회장 가보니…지방中企에겐 '그림의 떡'

류준영 기자
2014.06.23 05:35

[르포]전시 기술과 중소·중견기업 역량 간 괴리 커

G-테크페어가 열리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 오룡관/사진=GIST
G-테크페어가 열리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 오룡관/사진=GIST

"여기에 디지털회로와 GPS, 배터리, 카메라까지 모두 합쳐진 모듈을 생산해야 한다면 상용화가 좀 늦어질 수 있겠군요"(대전 A벤처기업 김모 씨)

"그러면 우선 1~2단계 장기계획을 짜서 저희 연구실과 코웍(Co-Work) 하셔야 될 것 같아요"(GIST 정보통신공학부 공득조 박사과정)

첨단 새 기술을 만나 쾌재를 부를 듯 했던 김씨는 설명을 듣고 난 후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행사장을 떠났다.

19~20일 양일간 광주과학기술원(GIST) 오룡관에서 열린 종합기술박람회 'G-테크페어(TechFair) 2014'에서 만난 김씨는 광응용 기술부스에서 'Micropixelated Multi-Junction LED'라고 명기된 기술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렸다. 수년에 걸쳐 신규 산업을 준비할 여력이 없던 탓이다.

행사장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CTO(최고기술책임자)가 탐 낼만한 광주과기원의 R&D(연구개발)성과 55종이 전시됐다. 입는(웨어러블) 기기용 센서부터 드론(무인비행기)용 3차원(D) 카메라 등 차세대 산업을 견인할 기술들이 총집합했다.

G-테크페어가 열리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 오룡관/사진=GIST
G-테크페어가 열리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 오룡관/사진=GIST

개막식에 참여한 산·학·연 관계자들은 광(光)·LED는 '과거', 웨어러블·드론은 '미래'라며 광주 특화산업의 세대교체를 이뤄낼 기술들이 다수 출품됐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공득조 연구원의 부스엔 LG전자 기술개발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LG전자의 'G 글래스' 차기작에 접목할만한 유망 기술로 주목을 받은 까닭이다.

공씨는 "구글의 '구글글래스'는 안경에 초소형 프로젝트가 들어간 광학설계방식으로 무겁고, 고가인 반면, 우리 기술은 1마이크로미터 크기인 기둥 LED를 활용해 초소형·초경량에 원가절감까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안경에 필름처럼 붙였다 뗄 수 있는 렌즈분리형 안경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HMD)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기환 GIST 과학기술응용연구단장은 "이번 전시회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중에선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수도권과 국책 연구소가 밀집된 대덕연구단지에서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기술박람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지방 산업단지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참관객들이 넣는 명함박스엔 삼성·LG전자 등 대기업 관계자 명함이 훨씬 더 많았다. G-테크페어 주 타깃층으로 광주 지역 기업인을 겨냥한 당초 취지가 무색했다.

광주는 과거 김대중 정부(1999년) 때 광산업단지와 LED 밸리를 조성해 기술고도화를 이뤘지만, 최근 중국기업들 공세로 '레드오션'화 된 상황. 최용원 링크옵틱스 대표는 "광소자와 LED 시장은 이미 중국이 저가공격으로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당시 스타트업으로 첫 발을 디뎠던 10년차 이상 벤처기업들은 현 시장 상황을 돌파할 신기술에 대한 갈증이 어느 곳 보다 크다. 하지만 전시된 기술은 현 광주지역 중소·중견기업 역량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하이테크(High-Tech)에 쏠려있었다.

GIST 관계자는 "지방 중소·중견기업들은 주로 대기업 하청업체들이 많아 기술이전·사업화 제도권 밖에 놓인 경우가 많은 데다 기존 사업을 업그레이드 할 수준의 기술을 더 원해 새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다소 보수적"이라며, 이를 기술박람회 애로점으로 꼽았다.

한 연구원은 "자기브랜드를 꿈꾸는 중기업체 대표들과 기술상담을 해보면 상품·서비스 런칭까지 4~5년이 걸린다는 말에 자금력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역 기업을 배려해 1~2년 이내 사업화가 가능한 '맞춤형 기술'을 함께 전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