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1세대 CEO의 지방 멘토링 현장 동행

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용산역. 커다란 배낭을 맨 한향원 벤처1세대 CEO멘토가 광주광역시로 떠나기 위해 KTX 플랫폼에 도착했다. 광주에 있는 스타트업에게 멘토링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 CEO멘토가 이렇게 지방의 스타트업을 위해 배낭을 메고 광주로 내려가는 일은 한 달에 평균 두번 꼴. 기차로만 왕복 12시간, 거리로는 1200킬로미터가 넘는 긴 여정이다.
광주 소재 스타트업 '쓰리닷' 송승한 대표는 "서울에서 열리는 고벤처포럼에 한 번 가려면 새벽에 출발해 그 다음날 새벽에 도착한다"며 "유명 벤처기업 CEO나 엔젤투자자를 만나 조언을 구하려면 스타트업이 직접 찾아가야 하는 형편"이라며 지방 소재 스타트업의 애로점을 토로했다.
전남대 대학생 창업가인 박지만씨는 "매번 서울로 창업 교육, 대회 등을 다니기 위해 경비로만 1년에 100만원 이상씩 쓰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CEO멘토와 같이 벤처1세대멘토링센터의 CEO멘토들은 서울과 지방소재 대학생 창업팀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 서울 건국대, 한양대부터 충남 선문대, 전북 전주대, 대전대, 경남 경상대 등까지 전국을 망라한다.
멘토링센터의 멘토 가운데 과반수 넘는 멘토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배낭을 메고 직접 지방의 청년 창업가를 찾아간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벤처1세대멘토링센터는 성공한 CEO 출신 멘토가 청년 창업가들에게 1대1 밀착 멘토링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오전 7시50분 기차에 탄 한 CEO멘토는 잠시 눈을 붙이는 대신 노트북을 켰다. ICT(정보통신기술) 트렌드, 삼성경제연구소 리포트, 정부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멘티 스타트업의 자료도 꼼꼼히 살펴본다. 한 CEO멘토는 "IT(정보기술) 분야는 트렌드 변화가 굉장히 빨라 파악하지 못하면 멘티들에게 최신 정보를 전할 수가 없다"며 "(멘토링 준비로) 긴장돼 어젯밤 한 숨도 못 잤다"고 털어 놓았다.
오전 11시쯤 광주에 도착해 밴박집에서 30분 만에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한 CEO멘토는 오후 12시40분부터 전남대 대학생 창업팀 '코끼리'와 조선대 '파인디아' 두팀을 만나 4시간 내내 멘토링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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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CEO멘토는 "오늘은 2팀만 담당해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지난 6월에는 5팀이 예약돼 있어 거의 5시간 동안 쉼 없이 말하느라 그 다음날 앓아누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지역 멘토링에 처음 갔을 때 사업아이템 프리젠테이션(PT)을 듣고 질문을 했는데 B2B(기업 간 사업모델) 같은 기본적인 개념조차 몰라 되묻더라"며 "지방소재 대학생들의 창업 열정은 큰데 제대로된 교육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강도현 미래부 정보통신방송기반과 과장은 "멘토가 직접 찾아가는 멘토링에 대한 (멘티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향후 멘토링센터 지역 사무소를 전국적으로 계속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병희 벤처1세대멘토링센터 센터장은 "멘토링센터 개관 때부터 전국 대학 창업동아리 멘토링에 특히 힘을 쏟고 있다"며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실제로 스타트업에 나설 때 자연스러운 창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찾아가는 멘토링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한 CEO멘토와 이소영 CEO멘토는 1박2일 일정으로 떠난 전남 순천대와 경남 경상대 멘토링에서 엔젤매칭펀드 투자 심사 발표를 앞둔 스타트업에게 5시간의 맹훈련을 시켰고, 결국 이 스타트업은 3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