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검열논란에 대처한 다음카카오의 세가지 잘못

[기자수첩]검열논란에 대처한 다음카카오의 세가지 잘못

최광 기자
2014.10.08 05:34
최광 정보미디어부 기자.
최광 정보미디어부 기자.

지난 달 18일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을 엄벌하겠다는 발표 후 인터넷에서는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다음과 합병을 앞둔 카카오는 "대화 저장기간은 일주일 정도며 영장이 없이는 대화내용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언급만을 하며 대수롭지 않은일처럼 이야기했다. 그렇게 다음과 합병기일이 다가왔고, 텔레그램의 인기는 꾸준히 상승했다.

사건이 증폭된 건 정진우 노동당 대표의 발언이었다.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한 1일, 정 대표는 종로경찰서가 자신이 한달치 카카오톡 대화내용과 지인 3000명의 정보를 압수수색했다고 폭로했다.

새롭게 탄생한 다음카카오는 당일도 "한달치가 아니다"라는 답을 전제로 원론적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하루 지난 다음에서야 "대화내용의 서버저장기간을 기존 3~7일에서 2~3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작은 '검찰발'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다음카카오가 검열에 협조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카카오톡의 이용자의 탈퇴가 심각한 수준은 아닌 듯 하다. 텔레그램으로 옮겨도 카카오톡 앱을 아주 없애지 않을 뿐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가 큰 메신저 서비스의 특성상 텔레그램만 사용하는 실제 이용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열에 협조한다'는 이미지는 다음카카오에 휴유증을 남겼다. 실물이 오가지 않는 인터넷 서비스는 이용자와 기업의 신뢰가 필수기반이다. '검열에 협조했다'는 이미지가 각인된 상태에서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시작하는 셈이다.

과거 PC메신저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MSN이 싸이월드와 연동을 앞세운 네이트온에 소리소문없이 무너졌다. 서비스의 '영원성'은 없다고 볼때 카톡도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카톡 검열' 논란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의 한마디에 나라가 큰 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수사기관의 행태'에 있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이용자의 불안을 과소평가해 초기 대응에 실패한 건 다음카카오의 실기다. 카카오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이 검열 논란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것은 정부당국의 태도도 바뀌어야하지만 '안심하고 수다를 떨 수 있다'는 믿음을 다음카카오 스스로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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