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감청, 그리고 인터넷 미래의 위기

[우리가보는세상]감청, 그리고 인터넷 미래의 위기

성연광 기자
2014.10.20 05:31

"국가 권력기관의 사이버 감청행위가 인터넷 환경을 파괴할 것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직설이다. 이달 초 미국 론 와이든 상원의원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IT업계 임원들과 라운드테이블 현장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지난해 6월 미국 정부기관이 구글, 야후, 페이스북 자국 IT기업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로 자국 및 해외 인사들을 감시해왔다는 에드워드 스노든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의 폭로 이후 1년이 훨씬 넘었지만 그 여파가 현재 진행형이다. 당시 이들 미국 기업들에게 전세계 이용자 및 시민인권단체들의 비난이 일제히 쏟아졌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이들 미국 IT기업들은 정부에게 제공된 데이터 투명 공개를 약속하거나 악영향을 페이스북과 구글, 야후는 웹메일 암호화 기술을 도입하는 분주히 나섰지만 한번 잃었던 신뢰는 좀처럼 회복될 조짐이 없다. 중국은 아예 서비스 자체를 막았으며, 유럽 등지에서도 데이터 월권금지법 혹은 잊혀질 권리 법제화 시도가 이뤄지는 등 이들의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가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카카오톡 감청'은 1년 전 그 데자뷔다.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제기되면서 적잖은 네티즌들이 해외 메저 텔레그램으로 망명하기도 했다. 국가 안보나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제한적 범위에서 합법적인 절차로 진행됐다는 정부와 다음카카오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불안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쉽게 타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의 특성상 범죄와 전혀 무관하더라도 자신의 신상정보가 수사기관의 검열을 받을 개연성을 무시한 해명으로 비쳐지기 때문.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일정, 동선, 대화 등 이제 개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데이터 서버에 남는 시대다. 국가 수사기관은 물론 정보수집기관까지 호시탐탐 이들 '알짜정보'에 달콤한 유혹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과거 잠복수사나 유선감청 대신 인터넷 감청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은 자칫 인터넷 서비스의 핵심인 이용자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스노든 폭로 이후 미국계 기업들이 해외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듯이 지금은 한국 인터넷 서비스가 똑같은 처지다. 다음카카오 대표가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는 초고강경 발언을 했던 것도 이같은 절박감 때문 아닐까.

감청 불응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인터넷 감청에 대한 보다 투명한 기준과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무작위적인 다수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인터넷 감청의 특성상 범죄 수사과정의 마지막 최후 선택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건 카카오톡과 네이버 라인 등 토종 IT 서비스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메신저로 영역을 확대하려던 찰나였다는 점이다. 과연 상대국에서 우리나라 토종 서비스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부 스스로 '창조경제'를 옥죄이고 있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 아닌 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