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원년, 잭팟에 도전하라]금융에 '기술' 넣으니 '금융의 기술'도 진일보

영국 런던 템즈 강변을 끼고 형성된 신흥 금융단지 캐너리워프(Canary Wharf). JP모간, HSBC, 씨티, 크레딧스위스 등 글로벌 금융그룹들이 밀집한 고층빌딩 곳곳에 핀테크(FinTech) 전문 창업육성 기관들이 입주해있다.
영국에서 2번째 높은 건물인 원 캐나다 스퀘어(One Canada Square) 39층에 자리한 Level39는 유럽에서 가장 큰 핀테크 액셀러레이터다. 런던시와 금융사, 각계 투자기관이 지원에 나섰다. 금융사들이 밀집한 금융센터 내에 핀테크 관련 SW 스타트업을 저렴한 비용에 입주시켜 사업 및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150여개 핀테크 관련 기업들이 서비스를 개발하고 금융사들과 네트워킹 구축에 한창이다.
Level39 대표를 맡고 있는 에릭 밴(Eric Van der Kleij)은 "런던은 전통적 금융도시로 금융산업을 주도해왔다"며 "탄탄한 금융 인프라에 IT창업 열풍이 더해지면서 핀테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금융+IT 그 이상"
전세계 금융사과 IT기업들이 핀테크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핀테크란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모바일 결제, 송금, 개인자산관리 등 금융과 관련된 모든 기술 서비스나 상품으로 미국, 영국,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며 국내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2007년 아이폰 등장과 함께 모바일 혁명이 시작되면서 금융소비자들도 모바일 시대에 맞는 간편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스타트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사들도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핀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핀테크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장은 모바일결제. 전세계 모바일 결제시장은 2013년 2354억달러에서 2014년 3530억달러로 커졌고, 3년 사이 3배 이상 성장해 2017년에는 721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이베이는 '페이팔'로 세계 최대 온라인 지급결제업체에 올랐다. 2013년 거래액은 180조원에 달한다. 전세계 온라인쇼핑 결제액의 18%를 처리했다. 구글은 메일 계정만 만들면 전자지갑 서비스인 '구글월렛'을 쓸 수 있다. 애플도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지원하는 애플페이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고 시장 확대에 나섰다. 아마존은 전자결제 서비스인 '아마존 페이먼트'를 선보였다.
◇정부·금융사 주도 핀테크 천국 英, 신흥시장 노리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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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핀테크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IT 기업들이지만 영국은 정부와 금융회사가 나서 핀테크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런던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라는 점을 적극 활용해 각국의 IT기업을 유치하고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는 것.

특히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영국 정부가 조성한 스타트업 전용단지 '테크시티'는 핀테크 원동력이다. 테크시티에 최근 5년 유입된 핀테크 분야 투자는 7억8100만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에 따르면 2013년 영국 핀테크 연간 성장률은 600%. 미국 실리콘밸리 핀테크 성장률(190%)의 3배가 넘는다.
보수적 금융사들도 핀테크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보고 있다. 300년 넘은
영국 바클레이즈는 2012년2월 전화번호와 QR코드 등으로 송금 및 결제를 할 수 있는 모바일금융 앱 ‘핑잇’(Pingit)을 내놨다. 영국 은행 계좌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핑잇을 이용해 간단히 돈을 주고받고, QR코드로 물건값을 치른다.
Level39에 입주해 핀테크 SW기업을 창업한 빌 슈트(Bill Chute)는 "금융사들은 과거에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내부에서 개발했지만 지금은 비즈니스 모델의 창의성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IT기술 때문에 은행 점포가 사라질까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은 금융 핵심 기능에 주력하고 신기술은 외부에서 도입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공습도 무섭다. 알리바바는 결제서비스 '알리페이' 뿐 아니라 온라인 MMF(머니마켓펀드) '위어바오'도 판매한다. ‘위어바오’는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가입할 고 수익률이 5∼6%대로 높다는 점 때문에 1년 만에 가입자 1억명, 가입금액 5700억 위안(약 96조원)을 끌어들였다. 정부가 보장하는 예대마진으로 편히 수익을 올리던 중국 은행들은 부랴부랴 신상품을 내놓으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도 모바일업체, 이동통신사 등을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규제 장벽 등으로 인해 제한적 수준의 핀테크에 그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 등 중국업체들은 금융인프라가 취약한 신흥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라며 "한국도 핀테크를 오프라인 금융영역을 파괴하는 것으로 보기보다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로 보고 기업간 경쟁과 협력, 정부 지원 등을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