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정책에도 궁합있다…통신정책은?

[우리가보는세상]정책에도 궁합있다…통신정책은?

성연광 기자
2015.05.18 06:03

정부 정책에도 궁합이 있다. 이로운 음식이라도 함께 먹을 경우 독(毒)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함께 추진될 때 역효과를 내는 조합이 있기 마련이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월 2만 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일제히 출시했다. 음성 통화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하는 대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이른바 ‘데이터중심요금제’다. 이 요금제는 사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통 3사를 설득해 내놓은 정책 산물이다. 해외 유사 요금제와 비교해 봐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휴대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따져보면 마치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처럼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당장 알뜰폰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알뜰폰 산업은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 시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또 다른 산물이기도 하다. ‘저렴한 음성통화료’를 강점으로 알뜰폰 가입자 수는 급기야 500만 명을 넘어섰다. 추가 성장 여부는 우량 가입자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2만 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우량 가입자 확보전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제4이동통신’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달 말 이통 3사 외에 새로운 이통사를 선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심사기준과 지원정책을 발표한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2만 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신규 사업자가 나와도 서비스·요금 차별화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상당수 통신 전문가들이 정상적인 경쟁 환경에서 제4이통의 중장기 생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이유다.

결국 정부가 제4이통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그러려면 네트워크 로밍, 상호 접속료 등에서 기존 이통사들의 희생과 양보를 전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제4이통이 출범할 경우, 알뜰폰 산업 전체가 고사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제4이동통신’ ‘알뜰폰’ 정책은 ‘시장 경쟁 촉진’이라는 동일한 목표에서 출발했지만 애초부터 양립하기 어려운 ‘해로운 궁합’이었을 지 모른다. 데이터중심요금제 개편으로 시장 경쟁 환경이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제4이통까지 무리하게 진입시킬 필요가 있을까.

인위적 가격 통제 대신 시장경쟁을 촉진해 가계통신비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는 시대에 부합한다. 하지만 각 정책의 역학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흑묘백묘(黑猫白猫) 식으로 추진한다면 자칫 산업 생태계 기반 자체를 교란할 수 있다. ‘몸에 좋다’고 궁합에 맞지 않는 음식들을 한꺼번에 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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