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떠나는 SNS 유목민의 다음 정착지는/上]단문 집착 등 흐름 놓친 예견된 위기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이 서비스(트위터)가 이 행성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예들이 많다."(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일인 2013년 11월 7일)
2006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혁명 그 자체였다.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산에 힘입어 전 세계 곳곳에서 굵직한 사건을 터뜨렸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 당선의 1등 공신으로 활약했으며, 2011년 중동에서는 민주화 열풍인 '아랍의 봄'을 이끌었다. 하지만 트위터는 출시 10년도 안 돼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트위터 역시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진리를 피해가지 못했다.

◇CEO 사임에 내홍-인수 우려까지… 흔들리는 트위터
지난 11일 트위터의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했던 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가 실적 부진에 따른 퇴진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임했다. 임시 CEO를 맡은 잭 도시 공동창업자가 유력한 차기 수장으로 꼽히지만, 최대주주인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는 그의 CEO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실적 부진과 이용자 증가세 정체에 직면한 상황에서 심각한 내홍마저 불거질 위기에 처했다. 구글에 인수될 수 있다는 추측도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트위터의 위기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SNS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월간 실사용자수(MAU)에서 트위터는 올해 1분기 3억200만명으로 페이스북(14억명)의 22% 수준이다. 사진 및 동영상 SNS인 인스타그램은 트위터에 앞서 MAU 3억명을 돌파, 트위터를 제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 등장한 사진공유 메신저 스냅챗은 2억명에 육박하는 MAU로 트위터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트위터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억3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 늘었으나, 직전 분기(4억7910만달러)와 비교하면 9% 줄었다. 분기마다 1억달러대의 순손실을 기록, 실적 부진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이용행태 변화 못 읽은 트위터, '단문 서비스'에 지나친 집착
트위터의 위기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원인은 SNS 이용행태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초기 모바일 시대에 '140자 제한 정책'을 내세운 트위터의 단문 서비스(트윗)는 급속한 메시지 확산을 위한 가장 적합한 형태였다.
이후 이용자들은 단문보다는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고, 나를 중심으로 한 인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SNS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트위터는 단문 서비스를 고수, 이용자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코스톨로 CEO 사임 직후인 지난 12일에서야 직접 메시지(DM)의 140자 제한을 폐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트윗은 140자까지만 입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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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도입은 이보다 빠른 지난해 8월 이뤄졌지만, 이용자들을 위한 결정은 아니었다. 콘텐츠 공유가 아닌 매출 증대를 위한 광고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서야 동영상 스트리밍 스타트업인 페리스코프를 인수,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한 것처럼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아, 위험을 분산하지 못했다.
◇'시대적 흐름'에 따른 불가피한 위기… 싸이월드 전철 밟나
트위터가 직면한 위기는 SNS 시장의 시대적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SNS의 시초로 꼽히는 싸이월드가 PC에서 스마트폰, 폐쇄성에서 개방성으로 전환기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싸이월드는 2001년 미니홈피를 내놓은 이후 2007년까지 초고속 성장했다. 하지만 잇딴 해외 진출 실패와 대규모 해킹사고 발생 등 영향으로 모바일 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모바일 혁명은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용자들의 급변하는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금세 도태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안고 있다. 트위터와 같이 특정 서비스에 집착하는 행태는 이런 위험성을 증폭시킨다. 미국 투자은행 레이몬드 제임스의 애론 케슬러 부사장은 최근 CNBC에 출연해 "트위터는 제품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사용자 기반의 성장도 기대만큼 강하지 못했고, 사용자 경험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CEO가 누가 되든 사용자 기반으로나 광고 수익화 관점에서나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 공동창업자인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는 "트위터는 뉴스 콘텐츠에 한해 페이스북보다 더 빨리 뉴스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이후 개인화에는 페이스북보다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SNS 시장의 미래에 대해선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능력이나 경영자의 리더십, 창업자의 철학 유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